작년까지는 7시에 예배를 드리고 7:30분부터 수업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시간이 조정되어 8시 30분에 1교시가 시작된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로 출근시간을 한 시간씩 뒤로 미룬 거란다. 새벽부터 학교와 일터로 내몰리는 삶에 약간의 여유를 주기 위한 정부의 배려와 같은 조처라고 했다.
300백여 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자리에 앉기 시작하면 싱어들이 강단 위에서 찬송을 부른다.
어떤 때는 뻥 뚫린 공간에 파워가 좋은 스피커로 힐송을 먼저 틀어놓는데, 그럴 때면 마치 노천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흥분과 들뜬 감정에 사로잡힌다.
말씀은 매주 선교사님과 교장 교사순서로 돌아가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감정을 터치하는 울림이 있다. 르완다어가 아닌 영어로 말씀을 전하면서도 막힘이 없이 매끄럽다. 때론 악센트를 주지 않고 굴러가는 듯 연속해서 발음하는 인토네이션과 악센트로 명확하지 않지만 인사이트를 전하기에는 충분한 느낌이다. 학생들이 모두 크리스천인 것은 아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 중에도 후일성도교회, 제칠안식교, 여호와의 증인, 가톨릭, 모슬렘 등으로 다양하다. 그래도 world mission을 모토로 하는 학교의 설립 정신을 존중하며 예배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아침 채플
처음 학교에 등교하면서 깜짝 놀랐던 것은 학생들이 깔끔하게 교복을 갖춰 입고 신발도 유명 메이커들을 신고 있어서 귀티 나 보인 점이다. 앞에 나가서 첫인사를 할 때에도 20년 전 처음 키갈리에 왔을 때 학교 앞은 진흙길이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도 보았었는데, 지금의 학교를 보니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바뀌고 포장된 도로에 차들이 많아서 천지개벽을 느낀다고 하니 모두가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환율이 1달러에 우리 한화가 1200원가량이고 르완다는 1300 프랑이니 한화와 프랑은 비슷한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 교사들의 월급이 보통 300,000만 프랑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퓨마 등 유명 메이커를 신었는데 가격이 대략 30,000만 프랑이란다. 마치 8~9십 년대 한국에서 나이키와 프로스펙스 등의 메이커가 붐을 타고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듯이 자녀에게는 아끼지 않는 부모의 사랑이 여기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상되었다. 좋게 말하면 아프리카의 부모 세대와 지금 자라나는 MG세대는 더 커다란 갭이 존재한다.
자신은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자녀들에게만은 어려움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학교가 키갈리의 중심부에서 가깝고 선교사가 세운 탓에 소외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힘썼다. 이제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신뢰할 수 있는 학교로 자리를 잡았고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도 찾아와 입학하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혀서 빈부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지만 학비를 내지 못해서 장학금을 받아야만 학업을 유지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최근에는 선생님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교원의 임금인상과 동시에 학비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힘겨움을 호소하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학교는 그 학비를 학생과 교원에게 정성스럽게 집행하는 것 같다.
11시 30분이 되면 잠깐의 쉬는 시간에 학생과 선생님에게 빵과 핫밀크를 제공한다.
간식을 먹고 다시 수업이 진행되면 2시 30분에 모든 일과를 마치고 즐거운 점심시간을 맞는다.
맛난 아프리카 점심을 대하면 나도 선생님들의 틈에 섞여서 함께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한다.
‘현지식을 제법 잘 먹는 나를 다들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속으로 한마디 건넨다.
‘제가 아프리카 식사를 20년째 맛보는 중이라 그 풍미를 안다고’
유명 메이커 운동화
현지식 점심
영어 선생님은 우간다에서 오신 passion이란 이름의 여자분이고 나머지는 르완다 분들이다.
나의 옆자리는 성경을 가르치는 디에도 네 목사이고 그 옆자리는 수학을 가르치는 프라하, 앞자리는 임마누엘 선생님이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해피선생님은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데
어떡케 이렇게 일찍 선생님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직 물어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물어볼 작정이다. 지난 토요일엔 학부모회의를 한다고 2시부터 강당에 모였는데 회의는 무려 3시간 반이나 이어졌다. 한 낮이라 덥고 졸리기도 하는데 르완다어로 이야기를 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해피선생님은 여성의 상냥함때문인지 르완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친절함 때문인지 계속해서 영어로 통역해서 노트에 적어주는 것이었다. 힘들까 봐 쉬엄쉬엄하라고 말하며 내가 알아서 상상해 보겠다고 하는데도 어느 틈에 다시금 적어주는 것이다. 허허 웃으며 그녀의 친절에 감사를 표했다.
매주 금요일은 오후 시간이 체육활동을 하는 날이다.
모두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택해서 그 공간으로 찾아간다.
강당에서는 농구가 다른 편에선 배구, 또 다른 곳에서는 태권도와 탁구 배드맨튼 그리고 운동장에선 축구로 모였다. 첫 주간엔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고 있다가 얼떨결에 탁구장으로 갔는데 아이들이 기본 그립부터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중고등부 시절에 갈고 익혔던 폼과 실력을 여기에 와서 사용하게 되다니 스스로 웃으며 탁구대 하나를 두고 서로 대각 크로스로 연습하는 것을 가리켰다. 두 시간 정도 땀을 흘리니 기분이 상쾌하고 또 다른 기술을 알려주려니 유튜브를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그다음 주에는 선생님대 학생팀으로 나눠 배구시합을 가졌는데 군생활 이후 처음하는 배구라 룰도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금방 적응했다. 운동할 때마다 놀라는 것은 여기 사람들은 탄력이 좋아서 점프도 높고 순발력도 빨라서 날쌔다는 점이다. 선수들처럼 스파이크를 날리는 때면 정말 멋져 보인다.
오늘은 시험을 치르는 기간이라 학교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이곳도 9월 학기가 새 학년의 시작이고 중간에 쉬는 기간을 갖는 3학기 제를 실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교정 내의 건물 외벽에는 작년에 르완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선배들의 모습이 내걸려 있다. 르완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학교로 급성장했는데 정부에서는 학교 간의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가 교육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외부에 공표하는 것을 만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학교 바깥에 00 대학을 몇 명 보냈다는 둥 떠들썩하게 플래카드를 내거는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정부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기술고등학교를 장려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팀과 학생팀 대항
배구 시합
탁구 지도
전년도 수능 만점자
교무실 한편에서 학생들에게 선보일 PPT를 손보고 있다. 한글로 된 내용을 영어로 바꾸는 작업인데 일일이 위키백과사전을 뒤지며 업데이트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 상황에 맞춘 데이터는 영미권 기준으로 바꿔야 하는데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스가 많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수고스럽지만 덕분에 나도 많이 들여다보며 익히는 중이다.멀티미디어전공 클래스에서는 포토샵을 배우느라 한창이다. 나도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극을 받는다.
집에 돌아와서 서울로 화상통화를 하는데 꽤 길고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남편의 부재로 아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꽤나 무거운 상황임을 듣는다.
마음 한편이 아리고 안쓰러웠다.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각자에게 좀 더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의 템포를 선사하고 싶다.꼭 빨리 뭐를 해도 되지 않는 삶.
더디더라도 주변을 살피고 크게 숨도 쉬면서 다양함을 선택할 수 있는 넓은 시각과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