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으로 책을 만들었다

미디어 교과서 제작

by 준구

예정대로 미디어교육용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편집하는 데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되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인쇄와 제본에 돌입한 것이다. 140여 페이지에 달 하는 내용으로 100권의 책을 만들려니 필요한 재료들이 솔찬게 많다.

책 제작에 필요한 A4 용지 일곱 박스와 복사기, 토너와 책표지 스테이플러에 이르는 모든 물품을 먼저 구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히 코이카의 활동물품 1,500$의 승인이 떨어져서 바로 구매를 마쳤다.

물품이 확보됨과 동시에 이제는 공정을 돌리는 일에 매진한다.


잠깐의 방학을 맞았지만 이번주는 학교 도서관에 나와서 교과서 제작에 들어갔다.

이를 돕는 학교 교직원들은 나름 숙련된 모습으로 책 제작에 팔을 걷어 부쳤다.

책이 귀해서 교과서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일이다. 책이 만들어지고 나면 일일이 넘버링을 해서 학년별로 사용하고 다시 다음 학년으로 대물림되어 사용될 것이다. 국가의 재정으로 교과서를 만들어 보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나마 책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는가!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교장선생님 이노센트마저 감격하면서 놀라운 고마움을 표시했다.

새 학기에 그런 감동을 전하기 위해 이번주는 복사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A4용지 박스와 복사기


어제는 복사기가 과열이 되고 프린트에 노이즈가 생기기 시작해서 30권 정도를 제작하다가 중단했다. 오늘 기술자가 와서 손을 보고 부품을 갈고 나서야 다시 깨끗한 인쇄를 뽑아주었다. 따끈하게 프린팅 된 종이들을 한데 모아서 플라스틱 표지를 입히고 마지막 장에는 두꺼운 하드보드 종이로 마감을 했다. 140여 페이지를 알 굵은 스테이플러로 4군데를 찍어서 모으면 두툼한 책이 되는데, 테두리는 보기 좋게 파란색 테이프로 마무리한다.

청테이프도 요령껏 간격을 잘 붙여야 미학적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니 우습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인쇄와 제본의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뤄질 것인데, 여기서는 사람의 노동력으로 일일이 칼로 자르고 테이프를 붙이며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용지 140여 장을 가지런히 모아서 정성스레 스템플러로 찍어야 책이 울지 안고 반듯해진다. 그 위에 테이프를 요령껏 붙여야 앞뒤의 비율이 맞는 예쁜 책으로 탄생된다.

어제오늘 열심히 일에 몰두한 끝에 60여 권의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내일 바짝 몰아서 작업하면 40여 권을 채운 100권의 교과서가 탄생된다.


스테풀러, 테입, 플라스틱표지와 후면 하드종이

책의 제목은 “ From media literacy to filmmaking”이다.

르완다 교육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골자에 맞게 이곳저곳의 레퍼런스를 참조하고 자료를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읽을만한 자료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고 강독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칠판 판서를 공책에 옮기기 급급했던 시간을 줄이고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엔 포토샵과 편집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실무서를 제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을 제작하는 수고와 번거로움 속에서도 뿌듯한 만족감과 기쁨이 교차했다.


이를 지원하는 대한민국의 국력과 외교적 지원 코이카의 역할에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외국에서 보면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감과 자부심이 결코 작지 않다. 아니,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다만 안에서의 일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그만큼 큰 애정을 갖고 있기에

이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지만

우리론 어찌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팎으로 중후한 격조를 갖출 수만 있다면......


내가 엮은 책에게만 당부하는 말은 아니다.



책의 표지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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