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gera National park

아카게라에서의 1박2일_ 첫째날

by 준구

‘르완다의 국립공원에서 동물의 왕인 사자를 영접할 수 있을까?’

들뜨고 흥분된 마음으로 아카게라 내셔널 파크를 향해 길을 나섰다. 현지인 수학선생님 프라하는 20대 중반인데 아직 한 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며 나를 부러워했다.

시내인 키갈리에서 탄자니아의 접경에 위치한 공원까지의 거리는 100킬로 남짓.

그렇지만 길이 험한 산악지형인 데다 왕복 2차선 도로이고 보니 앞에 대형 화물트럭이라도 시야를 가리면, 답답한 뒤꽁무니 운행이냐 위험스러운 추월이냐를 고민해야 하는 여정이다. 아무튼 사파리용 지프를 렌트하고 공원입장료와 하루 숙박비를 내야 하니 현지인에게는 꽤나 높은 비용임에 틀림없다.


외국인인 우리 일곱 명은 개인당 200불 정도를 내고 여행사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8인승 사파리용 차량에 짐을 싣고 하루를 공원 내 텐트에서 자면서 식사를 해결할 계획으로 짐을 쌓다.

물론 공원 내에 수영장이 달린 호텔이 있지만 비용도 아낄 겸 텐트에서의 야영을 택했다.

하루에 100불이 넘는 숙박비보다 텐트 하나에 20불인 곳에서 살을 비비며 잠자는 쪽을 선택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모닥불에 앉아 불을 쪼이며 고기랑 고구마를 구워 먹는 낭만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박 2일의 일정동안 꿈에도 그리던 야생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까? 모두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함께한 동행


아카게라 공원의 입장을 위해선 신속 코로나검사를 통과해야 했고 공원 전반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마쳐야 했다. 오후 3시쯤 도착한 공원에서 캠핑장에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동물을 찾아 나섰다.

해가 지기 전에 공원을 돌고 캠핑장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가쁘게 차를 몰고 사방을 수색하듯 동물을 찾아다녔다. 초원 위의 벌판에는 언제라도 사자가 뛰어나와 사냥감을 낙아 채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분위기였지만 의외로 동물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공원의 지도를 펼치니 생각 외로 광활한 규모의 공원에는 여러 개의 호수와 강과 습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탄자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더욱 울창한 산림이 두 나라에 펼쳐져있는 셈이다.


가장 흔하게 보는 것은 빨간 엉덩이 원숭이 무리였는데 이 녀석들을 발견한 순간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차량의 진행에도 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몸에서 이를 잡아주고 엄마는 어린 아기를 업고 유유히 나무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커다란 호숫가로 내려가기엔 애매한 시간이어서 야생동물들이 모여서 물을 마시고 있을 곳으로 내려가지는 못하고 야영을 위한 캠핑장으로 길을 돌렸다. 2시간가량의 드라이브에서 멀리서 아슬하니 모여있는 영양의 무리와 누우 떼를 발견하면서 좋아했지만,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나, 응고릉고 , 마냐라 등에서 접하는 수백 마리의 군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서울 동물원의 얼룩말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얼마나 자유롭고 싶었을지......

어쨌든 오늘은 첫날이고 워밍업 정도이니 크게 아쉬워할 일은 아니라 위로하지만,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을 처음 접하는 일행 중에는 심바 한 마리만 앞에서 툭 튀어나와서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사실 야생 동물을 많이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 광활한 대자연의 지평선과 생태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운으로 충만해졌다. 강과 호수에 둘러싸인 대지에 태양이 강열한 빛을 발산하는데 하늘의 구름은 형형 각각의 모양으로 흘러가는데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인간의 접근과 개발을 막아

자연과 야생 동물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이곳은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안식처일 수밖에 없었다.

공원 내의 캠프장 주위로는 전기펜스가 둘러쳐 있어서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았다.

이미 설치된 텐트는 20불을 지불해서 사용하지만 개인이 가져온 텐트는 비용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장작에 불을 지펴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함께한 봉사단원 청년들이 고기를 굽고 면을 삶는 동안 해가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렌턴과 핸드폰의 불을 비추면 지글거리는 숯불고기를 야외에서 즐기는 맛이란? 행복 그 자체였다.

쌈채소에 잘 익은 고기를 넣고 쌈장을 두르면 그 풍미가 어떠하겠는가! 새우도 얹어서 구워 먹는 여유를 즐기며 밥과 대화로 시간을 보내었다.



한쪽에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무리가 있었는데, 독일에서 온 봉사단 청년들이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를 떠올리며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건네는데, 급히 오느라 냄비도 안 가져와서

끓여 먹을 그릇이 없다고 우리가 다 먹는 데로 도구를 빌려달라고 했다.

먹을 건 뭐가 있냐 물으니 누들이 조금 있고 다른 건 없단다.

우리가 맛있는 고기향을 피우고 육류를 즐길 때 이 친구들은 그 흔한 독일 소시지 하나를 준비 못해서

부러운 티도 못 내고 냄새만 맡고 있는 터였다. 먼 나라에 와서 봉사하는 처지에 측은한 마음이 일었다.

우리도 많은 양을 준비한 것은 아니어서 구워진 고기 몇 점을 아쉬운 데로 가져다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그 고기 한 점을 얼마나 아깝고 달게 먹던지 쉽게 삼켜 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식사를 빨리 마치고 냄비를 빌려주니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저녁 만찬과 캠프파이어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오르는 시간 모닥불가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국인 독일인 프랑스 사람들.

서로의 언어와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밤이 깊고 기온은 차가워졌다.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각자의 잠자리를 찾아 고요와 적막을 즐기며 자리에 누웠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적당한 위치를 찾는다.

칠흑 같은 어둠과 텐트 안의 알싸한 공기를 숨 쉬며 침낭 안에 몸을 맡겼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이동하면 꿈에도 그리던 사자와 하이에나 무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충분히 행복하게 대자연을 즐기고 있다.

씻지 못한 몸으로 누웠지만 마음과 정신은 한껏 정결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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