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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Feb 28. 2024

이번엔 나의 차량을 가질 수 있을까?

내 차 구하기 삼만리

르완다에서 돌아오니 전에 타던 차는 이미 폐차되고 없었다.

10여 년이 훌쩍 넘는 시점이라 차의 냉난방 기능이 떨어지고 내부에 경유냄새가 배어 아내는 자가용을 과감히 처분했다. 차량이라는 게 있다가 없으니 당장 불편함이 따르고 장을 볼 때나 어디를 가야 할 때 아쉬움이 커졌다. 아프리카에서도 차 없이 지내느라 두 다리가 고생했는데 한국에 와서도 얼마간 그 뚜벅이 생활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년 전에 차를 바꾸려고 중형 SUV 하이브리드를 예약해 놓았었다. 그때는 코로나로 인한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 1년이나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사이에 계약을 철회하고 르완다에 가서 한 해 동안 자원봉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아내는  아쉬운 대로 예전 차량을 몰았었지만 이젠 그 마저도 없으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귀해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기동력이 있어야 하고 자녀들도 차를 원하는 바여서, 만만해 보이는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0카 00카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며 형편에 맞아 보이는 새것에 가까워 보이는 차량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중형 SUV이면서 하이브리드면 가격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휘발유 그다음으로 경유의 순이었다. 눈으로만 보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적당한 매물이 있는 경기도 포천 지역의 매장을 방문했다. 마음 같아선 스타일은 K사의 중형이 맘에 들었지만 매물이 없었고 H사의 하이브리드가 한 대 있어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해봤다. 제주도 여행 때 렌트해서 몰아 본 차종이어서 승차감이나 주행의 만족도가 높았고 큰 하자가 없으면 계약을 진행시킬 마음이었다. 2022년 식이고 가격은 이전 등록비까지 4,000만 원 정도니 부담은 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 구매 결정을 짓고 구체적인 계약 서류를 꾸몄다. 

당장 가진 돈은 천만 원이 조금 넘고 나머지는 캐피털로 융자를 내야 하는데 막상 적용되는 이율은 홈페이지에 적힌 7% 대가 아니었다. 신용에 따라 이율이 다르다며 조회를 해보는데 등급이 2등급에 해당돼서 8.9%를 적용한다고 한다. 그 이율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오랜 기간을 일한 50대 직장인 아내의 신용도가 2등급이면 과연 누가 1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이란 말이며, 젊은 청년 직장인이나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은 몇 프로의 이율을 적용한다는 것인가?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현시점에서 거의 두 자리 숫자의 이율로 캐피털이 이뤄진다는 말을 듣고서 이런 방식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약 진행을 멈추고 돌아 나왔다. 중고차 캐피털 이율이 높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배보다 배꼽인 줄은 미처 몰랐다.      

   

이런 시점에서 갑자기 K차량 대리점 딜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사의 준중형급 SUV 차량을 예로 들면서 신차를 뽑을 경우 특별 융자 혜택을 곁들이면 2~3%의 장기 저리로 구입이 가능하다며 매장에 함 들러보라 권유한다. 지인이 나에 대한 대체적인 정보를 그에게 미리 알려주어서 그런지 나의 상황에 맞는 비용과 차종에 맞는 플래닝을 조심스럽게 해 주었다. 이왕이면 규모가 있는 차를 구입해서 성인이 된 자녀와 어른들을 편하게 모시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그 마음은 유지하되 현실에 맞게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실은 유럽이나 일본에서 아기자기한 소형과 준중형 차들을 많이 봐왔고 제시해 준 준중형도 결코 작은 차가 아닌데 우리의 차가 대체로 커지는 경향을 나 역시 그냥 따라가려는 마음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차가 크면 편하고 안정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온 김에 K대리점에 가서 직접 실물을 보고  운전석에도 앉아 보았다. 예전에 몰던 차에 비하면 편의 사양이

많아지고 스마트한 모든 기능이 장착되어 있었다.  물론 중형급의 차량에 비하면 조금 작은 것은 확실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만족한다면 나 역시 큰 미련은 없다. 장기 저리 할부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가져온 브로셔를 보면서 차량의 색상과 실내 인테리어 등의 모든 옵션을 가족과 상의해서 하나씩 정해봤다. 이것저것을 결정하는데 다들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아졌다. 내가 원하는 색상을 고집할 필요 없이 아내와 아이들의 의견을 우선시했고, 이왕이면 차량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선수금을 치르고 등록과 보험 관련 사항도 진행시켰다. 하이브리드는 차량가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니 휘발유 차량으로 정해서 다음 주 인수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시차량을 더 할인된 가격에 받는 조건으로 차량 인도를 앞당겼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을 비우고 순리대로 밟아 가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왕이면 친환경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면 좋고, 하이브리드면 그나마 나은 것이지만 기술의 한계와 소비자의 편의성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니 이런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뚜벅이로 1년을 살았고, 그곳에서 폐차 직전의 차량이라도 얻어 타는 것에 감사한 삶을 살았으니 이동 수단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할 따름이다. 

가족을 태우고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운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이 차를 몰아 일도 많이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 

빵빵! 하얀색 차량이 내게로 오는 다음 주를 손꼽아 기다린다.




표지이미지 : free-photos-v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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