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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Mar 02. 2024

1년 만에 다시 아내와 영화관에 갔다

복합관의 묘미는 역시 맛난 음식과 쇼핑이지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2년 전의 ‘헤어질 결심’이었다. 

지난 1년 간은 떨어져 지내면서 영화관 가는 것도 뜸했었다. 키갈리 수도에서 생활했지만 시내에 위치한 영화관까지 가는 거리가 멀었고 함께 가서 볼 사람이 없었다. 봉사단원으로 파견 나온 동료가 있긴 했지만 각자의 일이 바쁘기도 하고 취향이 다르니 영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또 나이 차가 나는 청년들이라 그들도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편하지 어른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퍽 내키지 않는 옵션이었을지 모른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는 주말에도 나 홀로 영화를 보러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1년간의 봉사단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은 3월의 연휴를 맞았다. 


3.1절의 아침이니 베란다 구석에 보관하고 있던 태극기를 찾아 달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아내가 미리 예매한 영화 시간은 오후 2시라 여유 있게 먼저 점심을 먹을 참이었다. 영화관은 백화점의 9층에 위치하고 식당가는 8층에 있으니 1층에서부터 유유자적하게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각 층들을 살피며 올라갔다. 

식당가는 한식 일식 중식은 물론 이태리 파스타와 패밀리 레스토랑을 비롯한 다양한 취향의 메뉴들로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낙지볶음으로 쫄깃함을 즐겼다. 사무실 근처의 음식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 백화점 음식가격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급스러운데 맛까지 좋으니 그 가치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모든 음식은 2인분 이상의 세트가 대부분이어서 혼자였으면 뻘쭘했을 한 끼를 정겨운 대화와 함께 나누었다.


 “파묘”를 보고 싶다는 아내의 의견에  동의해서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 든든히 점심까지 먹고 나니 편히 앉아서 감상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셈이다. 3번째 열의 앞 자리고 보니 커다란 스크린이 더욱 넓게 펼쳐져서 등을 기댄 채 정면을 응시했다. 실로 1년 하고도 몇 개월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긴 러닝 타임을 감상하고서 극장문을 나섰다. 어떤 영화였냐 보다 마음이 잘 맞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나란히 앉아있었다는 사실이 편안했다.  


아직 오후 4시 반경이라 백화점의 구석구석을 돌며 옷과 신발 매장을 둘러본다. 3월을 맞은 봄 옷과 지난 겨울 옷들이 뒤섞여 진열되어 있는데 아내가 내게 잘 어울릴 것 같은 티셔츠 몇 장을 골라준다. 나 혼자는 쭈뼛거리면서 물건을 잘 사지 못하는 걸 아는지라 기꺼이 고마운 마음으로 아내의 추천에 고마워한다.

못 이기는 척 기분 좋게 옷을 받아 들고는 피팅룸에서 입어 본다. 눈썰미가 있는 짝꿍의 선택은 언제나 편안하게 나와 잘 매칭되는 것을 알기에 고맙다. 티셔츠 몇 벌을 골라주는데 마다하지 않고 모두 덥석 받아 들었다. 

아프리카를 떠나오면서 괜찮은 옷을 현지인에게 모두 주고 오느라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평소라면 한 두벌만으로도 족하니 더는 안 사도 된다고 말했겠지만 이번엔 정말 필요했고 기꺼이 아내의 말을 수용했다. 집사람도 필요한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데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편히 고르게 하면서 무거워진 짐을 든다.  

 

쇼핑의 마무리는 지하 식품 코너에 들려 요기하고 저녁 먹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름난 제과점의 빵을 사고, 초밥 팩과 과일주스 한잔을 주문해서 목을 축이고 집으로 향했다. 우동을 끓여서 초밥이랑 먹으면 아이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삼월의 첫 연휴를 알차게 보내고 있음에 흐뭇했다.  

무엇보다, 함께 영화를 보고 맛난 것을 즐기며 눈빛과 표정 하나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의 평안이 새삼스러운 감사로 밀려왔다. 


영화에 대한 느낌도 이상하리만큼 비슷했다. 호감 있는 배우들을 잘 캐스팅 한 것 같고

영화의 완성도와 마케팅의 양 축으로 놓고 본다면, 선방의 요인은 잘 포장한 홍보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며칠의 연휴가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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