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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Mar 24. 2024

추억을 부르는 맛과 향수에 젖게 하는 전통시장

수유리 재래시장? 전통시장?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수유동 재래시장을 들린다.  

붐비는 시간만 피한다면 주차시설도 넉넉해서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머릿속에는 이미 사야 할 품목들이 정해져 있으니 휘휘 한 바퀴 돌면 금세 장바구니가 가득 찬다. 비좁은 시장골목을 누비다 보면

어린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고 그 고향의 맛과 정취 같은 게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온갖 음식을 파는 반찬가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빨갛게 버무려진 문어를 주문한다. 그 옆으로는 간장에 절인 깻잎 향이 은은하니 맛깔나게 보였다.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불하니 주인아주머니는 한 움꿈을 더 쥐어서 저울에 올렸다. 

‘현찰로 주셔서 더 담았어요’

빈 말이라도 손님의 기분이 좋으니 참 장사를 잘하시는 분이다.  

장바구니에 음식을 담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이번엔 통통한 다리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족발집 차례다. 한쪽에는 이미 썰어서 포장해 놓은 족발이 있고 그 옆에는 막 건져낸 다리가 진한 커피색으로 군침을 자극하고 있다. 튼실한 대자 돼지족발을 얼른 받아서 시장 코너를 돌았다. 

이번에 살 반찬은 간장게장이다. 이 집은 간장게장과 무침게장 두 종류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집이다.

통짜로 절인 게장과 잘 손질해서 먹기 좋게 만들어 놓은 두 종류의 것이 진열되어 있는데, 알이 잘 베긴 놈들은 가격이 일반의 두 배 격이다. 국내산이라 비주얼부터가 다른 알짜배기였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알이 없는 것으로 한 통을 구입했다. 식당에 가서 먹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돈을 지불하는데 주춤거린다. 알이 꽉 찬 것은 아니더라도 절로 군침 도는 밥도둑인 관계로 나름 만족하며 다음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유시장은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이고 가끔은 그 시장의 맛이 그리워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 

꽈배기와 도너스는 겉에 설탕을 살짝 묻혀야 제맛이라 몇 개 씩으로 주문하고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도

즉석에서 쪄달라고 했다. 만두는 순식간에 하얀 스팀에 쪄서 나오는데 그 기다리는 1~2분의 설렘과 향기가 또 얼마나 달콤하던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지불하는 돈이지만, 어렸을 때는 이런 것 하나를 사 먹으려고 참고 참으며 돈을 모아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눈에 띄는 데로 장을 보면서 사과가 좋아 보이면 사과를 사고 딸기도 담아서 나름 신나게 현금을 펑펑 써본다. 지불하는 나도 즐겁지만 현금을 받는 시장사람들도 대놓고 반가워한다.  

이제 장을 다 봤으니 마지막으로 들려야 할 곳으로 향한다. 주차권은 대게 30분짜리를 지급받으니 가급적 이 시간을 넘기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어서 최종 마무리 의식처럼 떡볶이 가게에 들른다. 

어릴 적에도 어른들과 누나랑 장을 다 보고  출출해진 속을 달래느라 아니면 수고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이 좌판을 들렀다. 간이 의자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돈이 좀 더 넉넉하다 싶으면 오징어 튀김에 야채튀김을 얹어 주문하면 그날이 행복에 겨워 황홀한 날이 되던 때였다.  

이 모든 것을 주문하며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과거의 따뜻한 기억이 휘리릭 스쳐 지나갔다.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동안 차 안은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풍기는 향에 취하고 향수에 젖어 배고픈 기대감을 극에 달하게 한다. 

너무 많은 음식이라 먼저 먹을 것과 나중 것을 구별해서 식탁에 차려 놓았다. 

아내와 아이들이 시장에서 사 온 음식에 반가워하며 즐겁게 음식을 나눈다. 

맛나게 먹고 즐기면서 나에게 질문한다.

“아빠는 이 음식들이 맛있어서 거길 가서 사시는 거예요 아니면 추억을 만나러 가시는 거예요?”

자녀들도 이미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고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그로 인해 즐거운 현재를 위해서일 게다.   


지난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오늘을 즐거워하면서 이 순간이 내일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의도하진 않지만 음식의 맛과 향이 몸에 각인되어 온 감각으로 각인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장 골목의 어딘가에선 내 아버지와 어머니도 밟으셨을 비교적 젊었던 날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표지사진: UnsplashJacopo M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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