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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Sep 28. 2024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분단의 현장에서 함께 모색하며 기도했던 프리로잔 모임

일주일 간의 로잔대회 참석을 위해 각국에서 몰려온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땅의 선교에 관심을 갖는 그들의 모습이 더욱 경이로웠다.  


로잔대회가 열리기 직전의 9월 20일 금요일과 토요일에 130여 명의 국내외 크리스천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로잔의 의제에서 빠진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선교”를 외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프리 로잔"이라는 이름하에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일정의 첫날엔 분단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임진각과 오두산 전망대를 거쳐  도라산 역을 둘러보았고, 다음날은 예배와 찬양을 겸한 컨설테이션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특정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스텝도 아니었지만, 남과 북의 평화와 선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누굴까 하는 호기심으로 동참하게 되었다. 외국인을 안내하고 인솔하는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덜컥 용기를 내서 자원봉사자로 합류한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인천대학교지하철 역에 모여 4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북쪽 방향으로 출발했다. 막힘없이 85킬로를 달려 통일대교 검문소에 도착했지만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진입하는 데에는  난항에 부딪쳤다. 미리 통보했던 사람들의 신원과 외국인의 비자만료 일자 등을 일일이 대조하느라 그런지 쉽사리 통과시키지 않았다. 다른 차선의 관광버스는 잘만 통과했는데 우리 일행의 차량은 붙잡혀서 한 시간의 실랑이 끝에 겨우 출입할 수 있었다. 유럽이나 아프리카라면 이웃나라로 넘어가는 데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텐데 외국인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지연되는 시간을 참아주었다. 우리가 건넨 리스트와 군이 건네받은 인적사항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  분단의 엄중한 현실이  이런 삼엄함을 야기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외국인 들은 여러 나라에서 왔지만 특별히 이스라엘, 브라질, 나이지리아, 마케도니아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이 왜 이 한반도에 관심을 갖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일까?’

같은 차를 탔던 네덜란드인은 우리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다는데 북한으로 가서 복음을 전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마케도니아 여성은 남한과 북한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북한 사람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들어서 한반도의 상황을 직접 확인할 겸 로잔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스라엘 사람과는  길게 얘기 나눌 시간이 없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만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한과 북한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제법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 아프리카의 생활수준을 가만한다면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웠다. 인도네시아는 대다수가 모슬렘인데 이 자매는 자기 마을에 선교사로 왔던 독일인의 전도로 자기가 사는 지역엔 그리스도인이 많다며 복음을 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브라질의 그리스도인들은 북한의 복음화에 관심이 많아 사업가로 들어가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강했다. 미국과 캐나다 국적의 교포 2세 3세 중에는 의사와 전문인 신분으로 남과 북의 긴장 해소와  북한동포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가 흩뿌리고 날이 궂어서 선명하진 않았지만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로 앞으론 북녘땅이 내려다 보였다. 한강 이남은 강화와 김포였고 건너는 북녘의 개풍군이다. 강폭이 500미터 남짓한 곳을 새들과 물고기는 유유히 넘나드는데 사람은 오갈 수 없는 금단의 공간으로 얼어붙은 곳에서 우리의 안타까운 심경만큼이나 착잡하고 야속한 마음으로 외국인들은 북녘하늘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라산역에서는 한때 개성공단으로 출경 하는 남한 인력의 출입을 관리하는 세관과 짐검사대를  둘러보았다.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풍부한 인력이 만나 생산해 낸 제품은 그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상품일 수밖에 없었다. 우수한 상품을 중국보다도 저렴하게 생산해 내니 중국이나일본 미국 모두가 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의선을 오가던 멈춰선 열차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국사무소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외부의 힘에 의해 나뉘었지만, 그  절반의 남쪽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들었고 북한은 삶의 질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군사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절반이 하나가 된다면 한반도는 얼마나 부강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될 것인가?

다만 이런 시나리오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은 우리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에 있음은 자명하다. 반대로 이런 긴장과 반목과 적대가 장기화될 때 손해를 보는 것은 남과 북의 사람들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평화로운 번영과 발전에 쓰일 수 있는 많은 자원이 적대적 대치와 군비로 소모되어야 하니 말이다.  


개성공단의 남북협력병원장으로 섬기셨던 장로님이 들려주신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남한의 첨단 장비로 북한 주민의 진료를 도왔을 때 북녘의 동포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보수 없이 사람들을 섬기는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느꼈단다.

미국인 선교사로 한반도에 들어와서 지금도 여전히 북한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식량 지원에 열과 성을 다하는 “조선그리스도인의 벗들”의 활동에도 감동의 눈물이 쏟아졌다. 린튼선교사 가문의 3대째 임에도 우리말을 너무도 잘 구사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 선교사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에 살면서 의료와 식량을 지원하고 그 사랑의 동기가 그리스도의 사랑임을 거침없이 밝히는 그들도 북한은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북한 사람들에게 미국이 제국주의적 군사력으로 많은 생명을 앗아가게 해서 사죄한다"라고 용서를 구했다는 말에 그만 눈물이 핑 쏟아져내렸다.  

‘국가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리스도인이란 저런 사람들이구나’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세계시민의 가치로 사는 사람.


 “칼을 쳐서 보습(쟁기의 날)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미가서 4장 3절)   


세계의 위험지역이 존재해야 무기를 팔아서 더 강대해지는 국가가 있고 분단에서 유익을 추구하려는 집단이 있지만, 종교를 가진 신앙인은 말씀에 비추어 가치와 삶의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번 로잔대회에서 이루어 낸 합의와 성과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인 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으로 살아내야 할 방향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물음에 진솔한 답과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면 좋겠다. 어려운 문제라고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말씀에 입각한 집단지성의 총화를 끄집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로잔대회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프리 로잔의 일정에서 만난  다양한 그리스도인이 보여 준 사랑과 평화의 염원과 복음의 열정에 감동한다. 자기가 선 땅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 기도하는 그들의 넓은 세계관 앞에서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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