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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Jan 18. 2024

르완다에서 이스탄불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의 귀로여행

르완다에서 튀르키예로 넘어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데이터 로밍에 관한 것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면 당장 핸드폰으로 와이파이를 잡아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유심을 어떻게 구입할까 고민이 많았다. E – sim이란 게 편리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지심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튀르키예에서 심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한 달 치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겨우 3일을 쓰자고 그런 출혈을 감행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은 현지로밍인데 나의 경우는 1년간 번호유지만 하는 상황이어서 이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e-sim으로 가닥을 잡고 인터넷 설명을 보며 나의 폰을 세팅해 봤다. 


드디어 르완다에서 튀르키예에 도착한 당일 폰을 껐다가 켜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을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빨리 반응하지 않았다. 분명 설명서대로 세팅한 것 같은데 등에서 땀이 흥건하게 베온다.

낮 2시 30분쯤 도착이라 아직 시간은 많으니 차분하게 앉아서 폰을 조작해 보다가 그냥 아날로그

방식으로 물어물어 가기로 맘을 바꿨다. 구글맵으로 동선을 주고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서 미리 프린트해 온 지도를 보고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튀르키예 공항을 빠져나와 하바이스트(havaist) 공항버스 12번을 타고 구도심의 악사라이 (Aksaray)  역으로 향한다. 이스탄불 신공항은 우리 인천공항을 참고해서 만든 것처럼 구조가 비슷했다. 다만 하드웨어는 흡사했지만 운용의 디테일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행객에게 필요한 카트를 유로로 사용해야 하는 점과 인터넷 무료이용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서비스가 워낙에 훌륭해서 다른 나라의 생색엔 성에 차지 않는다. 

이스탄불국제공항

아무튼 르완다에서 짐을 줄이고 없애서 큰 가방 하나에 배당 2개를 꾸리고 이스탄불에 왔건만 공항버스에서 내려서 짐을 질질 끌고 움직이며 지하도를 건너느라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트람을 타려면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만들어야 하니 먼저 환전을 하고 T1 노선을 확인해서 악사라이에서 귈하네(Gülhane)역으로 이동했다. 트람은 서너 량을 서로 이어 붙여서 제법 긴 게 기차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빠르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차량 안에서 다양하면서 생동감이 느껴지는 유럽의 구도심을 감상한다.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은 불과 1 키로 남짓도 안 되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구도심을 끼고도는 노선이라 오밀조밀 현란한 건물 사이를 헤집으며 사람들을 태우고 내린다. 어떤 구간은 폭이 너무 좁아서 트람과 상점 사이의 폭이 불과 1미터 남짓한 공간도 나오는데 뭔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 나는 아기자기함이다.    


드디어 궐하네 역에서 내렸다. 지도상으로 방향은 잡았는데 어떤 골목에서 진입을 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지금이라도 와이파이를 잡으면 좋겠는데 핸드폰은 여전히 작동할 기미가 없다.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체력이 방전돼서 짐이 돌덩어리처럼 여겨졌다. 다시 현지인을 붙잡아 예약한 숙소를 물어보니 주변 택시기사에게 위치를 확인해서 내게 알려줬다. 친절한 안내로 헤메는 시간을 줄였다. 마침내 로열보스포루스호텔 (Royal Bosphorus Hotel)을 찾아서 나의 방으로 올라갔다. 구도심의 숙소라 가느다랗고 야리야리하게 삐죽 올라간 여러 개의 호텔이 줄을 이어 늘어서 있었다. 나는 방은 제일 높은 7층 꼭대기 룸이다.

해지기 전에 숙소로 들어왔다는 안도감과 따뜻한 샤워의 물세례로 몸은 노곤노곤 하면서도 약간의 허기와 도심의 야경에 대한 궁금증으로 새 힘이 돋는다. 방의 창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환상적인 조명을 받고 우뚝 서있는 아야소피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의 트람


언젠가 한번 콘스탄티노플의 상징인 아야소피야를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기독교의 상징적 건물이 어떻게 모스크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미 밤이 늦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 불빛에 이끌려 나는 그 주변을 거니는 중이었다.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의 밤 야경만으로도 황홀해서 쉬이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으니 얼마나 다이내믹한 역사의 스토리를 만날 수 있을까? 설레어오기 시작했다. 자는 시간이 아까워 호텔 주변을 돌다가 한국인 대학생 두 명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야간산책을 즐겼다. 미리 와서 이스탄불을 여행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빨리 날이 밝기를 바라는 맘으로 몸을 누인다.  


아프리카의 여름나라에서 두꺼운 옷을 껴 입은 초겨울의 지중해 이스탄불로 날아오니 간만의 쌀쌀함이 낯설면서 신선한다. 방안이 스팀 기온으로 따뜻해지면서 이불을 머리 위까지 깊숙이 덮는다.

다행히 숙소에 들어서서 와이파이를 잡으니 카톡도 잡혀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메시지들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가족에게도 이스탄불에 잘 도착했노라 기별하고 마음을 놓는다.  


E sim이 드디어 작동하는 것인가? 그런 것이리라 기뻐하며 눈을 감는다.  

그 어느 때 보다 깊은 숙면으로 빠져들었다.     


아침 8시 여명이 밝아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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