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날아드는 범칙금
우체통에 노란 빛깔의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순간 불안했다.
종이 색깔을 보아하니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는 아닌 것 같고 영락없는 범칙금 고지서다.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각설이도 아닌데, 반갑지 않은 손님은 늘 방심한 틈에 찾아온다.
보내온 곳은 경찰서 교통과고 받는 사람은 아내의 이름이다. 차량이 공동명의로 되어 있어서
가나다 순서가 나보다 빠른 아내의 이름이 명기되어 있다.
“과연 얼마의 벌금을 때린 것일까?
대체 어디서 내가 교통을 위반한 거지?”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고지서를 펼쳤다.
허걱! 역대 최고 금액의 벌금 무려 13만 원짜리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위반으로 부과된 것이라 속도위반과는 비교할 수 없이 센 액수다.
날짜는 1월 11일 16시 03분.
기억을 더듬어 그날의 행적을 곰곰이 되살려보니, 토요일 오후에 한살림에서 아내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시속 30킬로를 지키려고 바짝 신경을 쓰며 천천히 몰았다. 아내는 평상시처럼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거나 핸드폰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며 간간이 웃으며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럴 때면 운전에 집중하다가도 옆에서 뭘 보는지 힐끗거렸던 것 같다. 물론, 전방주시를 안 하는 경우는 잠시 신호대기에 걸렸다거나 차가 정체되었을 때지 주행 중에 산만하게 눈길을 주지는 않았다.
내가 주로 운전을 하고 아내나 자녀가 조수석에 앉게 되는데, 옆에 탄 사람은 운전을 안 하는 만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을 게다. 운전자가 운행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야 하고 졸리지 않도록 말도 걸어주고, 그렇지만 그것이 짐이거나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뒷좌석에 동행하는 가족이 그냥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운전하는 사람이 스스로 산만하지 않게 집중하고 잠깐 긴장을 풀 줄 아는 지혜와 리듬감을 가져야 하는데, 범칙금 고지서는 그런 리듬을 타는 게 실패했음을 알리는 경고장 같다.
뜸하다 싶으면 한 번씩 찾아온다.
그날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찰나처럼 스쳐갔다.
마음속으로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가야지 생각하느라 주황불이 순식간에 빨강으로 변한 것에 대한
반응을 늦게 했던 것이다. 설마 저 스피드리미트가 신호위반까지를 잡아내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내 생애 가장 비싼 범칙 금액을 받아 들고 떨리는 맘으로 계좌 이체를 했다.
사전 모바일 통보 때 냈으면 12만 원이었다는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통지서로 발부받았으니 만원이 더 붙어 13만 원이다. 전자문서가 아내에게 보내졌는지 내게로 온 걸 확인 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액땜한 셈 치고 생때같은 13만 원을 국고에 귀속시켰다.
13만 원을 벌어도 시원찬은 판에…….
허탈한 웃음이 났다.
'차량이 훼손되거나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가끔씩 범칙금 딱지를 받으면 새롭게 돌아보고 각성하는 부분이 있다.
피하고 싶지만 어쩌지 못하는……
다른 분들은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일까?
동승자가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에 의해 운전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걸까?
그냥 좀 궁금해졌다.
당분간은 조심스러운 운전 모드로 돌입하겠지만 그래도 동승자와 즐겁게 운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