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갑자기 추워진 4월 봄날의 아침

중학생 딸내미가 반팔로 등교했다

by 준구

봄 기온이 갑자기 겨울로 곤두박질치고 내려간 월요일 아침.

중학생 딸이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인사하고 나가는데 반팔을 입었다.

날이 추운데 왜 그렇게 입었냐고 물으니 외투를 학교에 두고 와서 어쩔 수 없단다.

뭐라도 걸치고 가라고 했더니 교문에서 걸린다며 투덜대며 문을 꽝 닫고 나갔다.

학교까지는 5분도 안 걸리니 걱정 말라며 간섭하지 말라는 투다.


어제부터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다가 눈보라와 우박으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일기 때문에 감기

기운이 있다는 둥 몸이 피곤하다는 둥 불편함을 호소하던 아이가, 오늘 아침엔 대범하게 여름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니 당황스러웠다.

'기온차이가 심하면 금방 감기라도 걸린 텐데'

'따듯한 거 걸쳐 입었다가 교문에서만 벗어서 들고 가도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부모의 애정이 잔소리와 간섭으로 느껴지는 한은

어떤 좋은 소리도 다가갈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더구나 중학교 2학년이라 섣불리 강압적인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으니 스스로 사고가

깊어 가고 지혜로워 지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군대에서 한겨울에도 웃통 벗고 구보도 했는데

뭐 5분 정도 거리를 간다고 감기야 들겠어?' 스스로 체면을 걸어보며 안쓰러움을 감춰본다.


나도 대충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다시 꺼내 입은 그리 두툼하지 않은 겨울 파카가 체온을 따스하게 보온해 주었다. 영하로 떨어진 것 같은 기온에 딱 맞는 선택이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서 딸의 학교 앞을 지나는데 학생들의 옷차림이 따뜻해 보인다.

긴팔에 카디건을 입고 그 위로 겨울외투를 걸치고 있다.

'딸의 방에도 교복 긴팔과 카디건이 걸려 있었는데 그 아이는 왜 굳이 반팔만 입고

등교를 한 것일까?' 의아함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다시 솟구쳤다.

'추위를 막을 수 있게 좀 더 갖춰 입어도 됐을 텐데 왜 그랬을까?'


색다르게 입으면 더 멋지고 강해 보여서 그런 걸까? 여러 생각이 오가면서 타인의 눈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기의 주관을 뚜렷히 세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아무튼 안쓰럽고 안타까운 맘이다.


'쌀쌀했던 등굣길을 통해 변화무쌍한 일기와 미래를 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그렇지 못했지만, 자녀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며 더 지혜롭기를 바라는 것

내 부모 역시 내게 주문했을 그 주술 같은 염원을 대뇌이며 사무실에 도착했다.


감기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08화어른 김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