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1,2부 다큐를 다 보았다.
2023년 르완다에서 살 때, SNS에서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가 감동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본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하길래 어떻게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영상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누군가 페이스북에 유튜브 링크를 걸어 주기도 해서 접속해보려 했지만 외국이라 영상은 번번이 차단되어 시청할 수 없었다.겨우 소스를 찾아내어 토렌트로 데이터를 받아보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것도 가까스로 1부만 구할 수 있었고 2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다운로드한 영상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한동안 그 여운으로 아프리카의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
2024년 한국에 돌아왔고, “어른 김장하” 다큐를 잊고 지냈는데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모습이 내게 너무 낯익은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문 재판관이 그 다큐에 등장했던 장학생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스쳐갔다. 헌법재판관 임명 당시 그의 발언에도 김장하 선생이 언급되었고 본인도 그의 뜻에 따라 청렴한 삶을 살려고 애썼다는 말이 연상되어 다시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법시험 합격 후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자기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기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된다고 생각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의 선한 나눔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 사회에 스며들며 번지는 것을 느낄 때, 이젠 넷플릭스에도 올라온 다큐 2부를 기어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2부 역시 1부 못지않은 잔잔한 울림이 전하면서 멘트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에 박혔다.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걸 바라든 게 아니었어요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나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의 진정성과 깊음이 내 마음을 울렸다.
어쩌면 평범한 나를 위로하는 말처럼 어루만졌다.
도움을 요청하러 온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필요를 모두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그와 대화 나눈 것만으로 큰 힘을 얻고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감사해하는 이도 있었다.
이곳저곳 나눔의 손길을 내밀어 교육과 문화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물론 함께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우치며 검소하고 성실하게 산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건물 세입자는 그를 칭찬하면서 세를 30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코로나 때는 오히려 깎아주기까지 했다며, 가졌으면서도 검소해도 너무 검소하고 소박하게사신 다며 혀를 내 두룬다.
“진주에 그런 사람이 두세 사람만 있어도 좋은데 한 사람 밖에 없으니 불행하지”
최고의 권력자들도 참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모든 이에게 존경받아 마땅한 분에게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음에 놀란다. 지역 신문을 돕고, 후학에게 장학금을 주고, 학교를 세워서 국가에 헌납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후원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돈 있다고 돈 지랄하고 다녀
진주에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당신 같은 빨갱이들이 설치고 다녀”
“그런 오해를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자기 수준에서 이해를 하다 보니 그분을 이해를 못 하는 거죠”
“그런데 결과는 보면 알잖아요…… 세월이 증명해 주는 거잖아요”
“그의 삶을 닮을 수가 없어서 부끄럽다고요”
예수조차 환대받지 못했던 세상에서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성실한 삶의 자세를 견지해 준
큰 어른이 계셔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시대를 일깨우는
성자보다 더 성자다운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성찰하고 배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다큐를 감상하고 책도 읽으면 좋겠다.
진주를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