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 long walk to water

살아남은 소년이 미래의 소녀에게 꿈을 선물하다

by 준구

2011년 수단 남부 지역이 북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기까지 시민들은 치열한 내분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과 죽음에 내몰렸다. 아랍 이집트 계열의 북부인 들은 이슬람의 종교를 신봉했고 정치 경제의 핵심을 차지한 반면 남부의 사람들은 전통의 아프리카 사람들로 영국의 영향으로 기독교인이 많았고 경제적으로는 북부에 예속돼 낙후된 삶을 살았다. 사회적 인프라는 북부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남부의 원유와 자원은 북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남부와 북부는 총체적인 갈등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1985년 남수단 지역에서 살았던 11살 소년 살바는 그런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갈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내전과 맞닥뜨린 것이다. 수단 정부는 남부의 분리독립 요구의 싹을 송두리째 도려내려 했고, 남부는 각각의 무장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내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초등학생 소년은 학교 수업 중에 갑작스럽게 전쟁의 난리를 겪는다. 부모와 생이별한 체 포화를 피해 목숨을 걸고 이웃나라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난민캠프를 전전하다 다시 미국으로 옮겨진다. 천신만고의 위기를 넘기며 살다 20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부모 형제와 재회한다. 그의 부모는 그가 살아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다가 재회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실바는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의 가정에 입양되어 대학 교육까지 받았다. 그는 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고국에 도움이 되고자 우물을 파는 일을 시작했다. 강연과 책을 통해 수단을 돕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에 동참한 미국의 후원자와 학생들의 도움으로 아프리카인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물을 찾아 우물을 만드는 일을 수행했다.


2008년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녀 나이야는 물 한 통을 찾아 헤매느라 하루 왕복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를 걸어야 했다. 거친 도로와 가시밭길로 발이 돌과 가시에 박혀 성할 날이 없었고, 낯선 동네와 거리를 홀로 걸으며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납치와 폭행의 위협을 견뎌내야만 했다. 물을 뜨고 집안일을 하느라 온통 시간을 빼앗겨 자연스럽게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 나이야에게 실바가 마을 곳곳에 설치한 우물은 한줄기 희망의 젖줄이었다. 그는 우물뿐만이 아니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가난한 마을에 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소녀 나이야는 비로소 물을 찾는 생존의 노동에서 벗어났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한 소년이 20년 후의 소년 소녀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선물한 셈이다. 그의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모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작가 린다 수애 박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더 뿌듯하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경험했던 1950년 6.25의 쓰라린 아픔과 역경을 극복해 낸 희열이 그대로 녹아 있어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1985년 수단 남부에서 살던 11살 소년 살바의 여정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했다.


학교 수업 중에 별안간 발발한 포격과 총성을 피해 혼비백산하며 도피하기 시작한 것이 끝 모를 고난의 시작이었다.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할 틈도 없이 살기 위해 숨을 곳을 찾아 숲으로 내달렸다.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와 이별하게 되었고 무장세력에게 사살되거나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몸을 사렸다.

정부군이건 반군이건 남자를 발견하면 전쟁터로 내 몰았기에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게 무의미했다. 총과 칼을 든 무리를 피해 안전지대를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수 백 킬로 너머의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역경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피난민의 무리에 합류한 자기 또래의 고아 아이들이 수십수백에 달했다. 한낮의 강렬한 햇살과 어두운 밤의 추위도 문제였지만 마실 물과 먹을 것을 해결하는 것은 기약 없는 인내와의 싸움이었다.

피난길에서 운 좋게 삼촌을 만나 마음의 안위를 얻었지만 그것도 잠시 삼촌은 다른 무장세력에 의해 처형당했다. 의지했던 친구는 사주경계가 느슨한 틈에 야생동물 맹수의 습격을 받아 짐승들의 희생양이 되었다.


tempImagekiugd8.heic
tempImageOj3duV.heic
아프리카 지도와 남수단

책 내용 중 가장 처절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다.

가까스로 수단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 난민 수용소로 찾아갔지만 에티오피아 정부가 이들을 자국 바깥으로 내쫓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하며 내몰던 상황이다. 수단과 에티오피아 사이를 가르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뒤에서는 총을 갈겨대며 위협과 사살을 하고 흙탕물 강은 폭은 넓고 수심이 깊었다. 물살을 헤쳐 겨우 건넌다 해도 악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먹잇감을 주시하는 상황이었다.

건너지 않으면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을 것이고, 건넌다 해도 사력을 다해 맞서지 않으면 악어 밥이 될 운명이다. 실제로 이날 수백수천의 사람이 인간과 짐승에 의해 잔인한 죽음을 맞았다. 소년 실바가 살아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고 이후의 삶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걸어지게 되었다.


남수단은 이제 독립된 나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평화를 만든 건 비단 실바뿐 아니라 2000년 초반 남수단 현지에서 그들을 섬긴 이태석 신부 같은 분이 계셨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 책은 ‘우물 파는 아이들’로 번역되었으며 미국에선 중고생들의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