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배우는 영상 촬영 편집1

1. 조를 나누고 기획서 쓰기

by 준구

영상제작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성원 간의 팀플레이, 협업에 힘써달라는 점입니다.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드는 것은 개인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팀워크를 주문하게 됩니다. 물론 1인 미디어 시대에 맞춰 모든 제작과정을 혼자서 감당해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효율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강의 첫 시간이면 저를 비롯한 수강생 모두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는 다양한 연배의 사람들이 모이기에 자신의 이름과 나이 관심사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칭을 지어, 이름을 대신해서 부르면 나이와 성별의 벽이 사라져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20여 명의 수강생이 4~5개의 조로 나누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몇 주간의 시간을 통해 4분 내외의 영상물을 제작하게 됩니다.


대학에서는 교양과정으로 개설된 이론 중심의 영상교육이라 실습이 취약하지만, 지역에서의 강의는 미디어센터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카메라와 편집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가만해 각 팀이 구성됐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상을 이야기해서 팀별로 하나의 영상제작기획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기획안에는 무엇보다 기획의도가 명확하게 담겨야 합니다. 영상을 왜 만드는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작 기간과 촬영 횟수, 예산을 정하고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담아야 합니다. 수강생들은 대체로 마을과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아내고 싶어 했습니다. 성북구의 산성마을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고, 성벽 길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수강생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가족의 일상을 제작하고자 하는 학생과 재래시장을 촬영하고 싶어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같은 조 안에서도 각자 제작하고 싶은 아이템이 다르니 서로가 조율해서 하나의 주제로 마음을 합치는 협의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왜 자신의 아이템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를 서로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방송제작에 있어서도 다수의 아이템 중에서 가장 적합하고 타당한 하나를 선정해야 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입니다.


물론, 당장에 하나의 아이템으로 합의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실습을 나가서 시장을 답사하고 촬영해보니 상인이나 행인들의 촬영 동의를 얻지 못해서 아이템을 바꾸는 경우가 생깁니다. 마을을 방문했는데 사람이 없고 길만 덩그러니 찍혀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없음에 낙담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가장 현실적인 아이템 하나로 귀결이 되고, 어떤 식으로 접근했을 때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막연히 마을을 스케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을 파악하고, 그분을 만나서 고장에 얽힌 이야기라도 들으면 내용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나누며 내용의 핵심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토리보드를 담당하는 작가 역할자가 나오고 촬영을 책임 질 사람과 상황을 연출할 연출자, 리포터 역할과 내레이션을 담당할 사람과 편집을 책임질 팀원이 선정됩니다. 물론 한 두 가지의 역할을 동시에 맡기도 하고 촬영은 서로가 함께 연습합니다.

어쨌든 구성안은 오디오와 비디오의 항목을 나누어 담고 싶은 모든 것을 채워갑니다. 오프닝을 어떤 것으로 시작해서 중간 타이틀 제목은 무엇으로 정할지, 본 내용의 시작과 전개부와 최종 엔딩은 뭘로 마무리 지을지를 구상했습니다. 물론, 구성안대로 전개되지 않더라도 촬영 후에 다시 순서와 구성을 바꿀 수가 있으니 브레인스토밍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촬영 구성안에 의해서 촬영이 이뤄지고 담고자 하는 내용이 인터뷰로 녹음되면 편집 구성안에 의해서 편집하고 최종 대본을 쓰게 됩니다. 대본은 기획의도에 맞게 내용이 녹여진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기술되어야 합니다. 3개월의 여정에서 초반부에 정리해야 하는 구성안을 확정 짓는 것은 절반의 결실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애써 머리 쓰고 구성하느라 수고했으니 저녁 수업 후엔 치맥 타임입니다. 어린 학생들은 콜라를 마시고 어른들은 수다의 시간을 갖습니다.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고 백지장도 맞들어야 수월한 법이니 서로가 친근하게 힘을 모으며 알아가는 시간은 더 갖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엔 2인 1조로 카메라 작동법과 인터뷰 사이즈 잡는 실습이 예정되어있으니 오늘은 즐겁게 노가리 씹으며 구성안을 더욱 탄탄히 다듬어 봅시다.

"3개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수강생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서 함께 상영을 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될 터이니 열심을 다해 봅시다. 이제 곧 여러분도 유튜버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6RABnXhAXhs 수원기독호스피스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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