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도전기

이제는 더빙까지

by 준구

사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자신의 작품에 최종적으로 목소리를 입힌다는 것이 너무도 멋져 보였다.

종종 선임 선배들이 작품에 출연해서 피디 리포팅이나 내레이션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가 오기를 바랐었다. 닮고 싶었던 나의 로망이며 은근히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방송으로 나간다면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 그 이상의 희열이 될 것 같았다.


최근에 그 소망을 이루었다.

제작비의 한계에 부딪혀서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제작비 상황이라 다른 스텝들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작가비를 지불할 수 없기에 구성과 글을 썼다. 영상제작에서의 글은 현장음과 영상과의 조화를 이루는 절제와 밸런스 유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며칠 간의 촬영은 부득이하게 양의를 구해서 사람을 구했다. 얼마를 지급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둘이서 번갈아서 촬영에 임했다.

버스를 타고 5일간 동행한 일정으로 20여 분 분량의 영상을 제작했다.


여독이 미처 풀리기도 전에 편집에 매달리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도 생생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진중하게 하나하나 그림을 붙여 나갔다.

어느 정도 편집을 마치고 나면 곤혹스러운 것이 일일이 말자막을 다는 과정이다. 전에는 다른 피디나 조연출 또는 작가들이 이 자막을 뽑고 입히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여력이 안되면 그것 역시 고스란히 피디의 몫이다.

영상에서 지나치게 친절히 말자막을 달아주는 추세가 원망스러운 지경이다. 등 떠밀리듯 말자막을 듣고 타이핑해서 맞춤법 검사를 거친 후에 자막을 올린다. 후반 작업은 공을 들일수록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집중된 노동을 감당하고 나니 몸이 피곤해졌다.


녹음실에서의 더빙과 음악작업


로망이라고 여겼던 내레이션을 위해 녹음실 부스에 앉았지만 감흥보다는 커다란

부담감에 사로잡혔다. 성우들이 내용의 흐름을 못 잡거나, 목소리의 톤과 느낌을 못 살릴 때면 바로 잡아내고

시정을 요구했는데, 막상 녹음을 해보니 맘같이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었다.

집중할수록 목소리는 갈라지고, 톤 조절이 쉽지 않고 발음도 불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끊고 호흡하는 곳을 표시해 두었지만 욕심만큼 소리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감사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녹음을 마쳤다.

음악 작업이 비주얼의 약한 부분을 커버해서 아름답게 보완해주리라 굳게 믿는다.

역지사지의 역할을 감당해 봐야 모든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출, 작가, 촬영, 종편, 더빙, 믹싱,

음악의 각 분야의 고유 전문성이 살아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법인데......


점점 역할이 넓혀지고 늘어가는 것을 어찌할까나.......

제작비의 굴레, 씁쓸함과 아쉬움, 그래도 감사함 뭐 그런 저런 감정이 뒤섞이는 제작과정이었다.

여러 역할을 홀로 감당할 수는 있지만,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런 로망이 이뤄지기를 다시금 기대해본다.




https://youtu.be/HYW_Rs23Tm0 통일비전트립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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