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끝자락 임진각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여서였는지 이내 울컥한 감정이 일었다.
목이 메고 눈시울이 붉혀지는 순간을 억누르며 촬영에 임했다.
4박 5일간 동해와 서해에 걸친 dmz와 분단의 철망을 보아온 터라 격동하는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그것은 나만의 감정이 아니라 함께 동행했던 모든 이의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진한 감동 속에서도 불순한 물음이 뇌리를 스쳤다.
‘우리의 소원이 진정 통일인가? 우리의 소원은 먼저 신뢰회복, 평화, 공존, 실존적 이해라고 고백하는 것이 보다 정직한 기원은 아닐까?‘
제3세계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도울지언정 동족을 향한 지원은 뭔가 께름칙하게 여기는 우리가 통일이 나의 소원이라고 당당하게 부르짖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 일정은 전국에서 모인 30여 명의 사람들이 전세버스와 도보로 동해에서 서해 강화를 이동하며 분단의 현장을 경험하는 ‘통일비전트립’이었다. 초등생과 중학생을 대동한 가정도 있었다. 어른 중에서도 분단의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동해의 전망대에 오르면 코 앞이 금강산이고, 파주에서는 개성이 이렇게 가까이 펼쳐져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김포와 강화도의 망루에 서면 한강 건너와 가까운 바다 너머가 황해도라는 팩트와 그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이 우리가 접할 수 없는 한반도의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대자연이라는 사실에 아렸다.
고구려의 땅이고 신라의 각축지였으며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 일제 강점기에도 하나였던 대륙에 이어진 한반도가 어찌 나뉘어서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단 말인가?
북한의 금강산과 해금강
서해의 철망과 파주전망대에서 본 개성시내
일행 중에는 개성공단에서 실무자로 일하셨던 분이 계셨다.
저녁에는 열린 자세로 통일을 연구하시는 분들의 강의를 들었다.
통일과 이념의 문제만큼 단적으로 극과 극을 달리는 논리와 스펙트럼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우리의 오랜 “반공”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서 멈춰있었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사실 별 관심이 없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의제도 못된다. 분단되어 있지만 굳이 통합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군남 홍수조절지는 북한의 황강댐의 느닷없는 방류에 대비한 나름의 역할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바벨탑과 같이 높고 거대한 ‘평화의 댐’ 앞에서는 깊은 슬픔이 몰려왔다.
북은 북한대로 남은 남한대로 불신을 조장하고 위기를 극대화하면서 자기의 체제를 유지하고 기득권의 강화와 구축에 몰두했었다. 한반도의 주인인 국민과 시민의 의지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기에는 기득권과 해외 열강의 입김이 여전한 공간이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장기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폐쇄의 원인이 북의 미사일 도발에 기인한다고 하지만, 북한 공단 노동자들은 한 달 300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도 안정적이고 성실한 노동을 제공했다. 이는 우리가 당시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주는 급료에도 비길 수 없는 액수였다. 그 작은 협력은 남한의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에게도 상생과 평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삶이 가난하다고 자존감이 낮은 것은 아니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하고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을 때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멈춰선 기차와 폭격 맞은 다리
저녁 강의를 맡으신 분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신 분이 남과 북을 오가는 학자인데 북한의 한 지방을 학술교류차 들렸다고 했다. 마지막 날 북한 주민들이 대접을 한다며 없는 살림에도 마을에서 닭을 잡아 정성껏 음식을 차려주었단다. 그런데 소금이 귀해서 자연소금을 내오지 못하고 성분불명의 중국산 화학 소금을 담아내 왔다고 했다. 소금이 의심스러워서 몇 점 찍어먹지 못하고 자신은 양이 찼으니 드시라고 점잖게 사양했단다. 그러면서 소금과 치약 비누 등 생필품이 부족한 동포들의 현실을 접하고 심하게 마음 아파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북한이 민족문화의 복원에 힘쓰며 ‘조선왕조실록’을 한글본으로 완역한 것이 우리보다 앞섰던 것은 남한의 정부와 학계를 분발하게 만든 계기였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통일비용이 얼마나 드는 것인지, 분단을 유지하는 비용은 또 얼마나 천문학적인 소모 일지,
통일의 편익은 얼마만큼의 상상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통일편익은 '통일이 이루어짐으로써 얻게 되는 편익'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통일로 인한 분단비용의 감소와 통일비용의 경제개발 투입 등으로 인한 소득효과 등도 포함된다. 초기의 통일비용 논의는 주로 소모적인 측면에서 통일비용의 규모와 이를 조달하기 위한 부담 위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 통일부-
각자의 체제와 정치구조를 어떻게 유지하든지, 민간의 소통과 왕래는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향민이 자기의 고향을 찾아가고 생이별한 가족을 만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고 자유여야 하지 않을까? 넉넉한 형제가 어려운 가족을 돌보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어려운 형편에서도 똘망한 자식이 있고 부유한 가정에 철없는 자녀들이 있듯이 함께 어우러져서 균형을 맞추고 평화를 일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지.
함께 더불어를 이야기하지만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평화의 길은 늘 더디고 장벽에 부딪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