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제작기- 촬영 단계 production

프랑스는 점심이 무척 길다

by 준구


촬영 단계

제작비 지원이 확정되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준비합니다.

먼저 가구성안을 토대로 촬영 대상 장소와 대상자들을 섭외하고 일정을 조율합니다.

물론 프로그램의 내용과 취지를 사전에 고지하고 어떠한 내용으로 촬영을 진행할 것인지

알립니다. 질문지도 작성해서 미리 보내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의 촬영 때에는 시설장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각급 교실의 선생님과 대상 학생 부모의 동의도 구해야 합니다. 지금은 초상권이 강화되어서 노출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촬영하지 말아야 하고, 만일 촬영되었다면 편집에서 제외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쓰게 된다면 모자이크 등의 처리를 염두해 둬야 합니다.

아무튼 지금보다는 약하더라도 그때 역시 이러한 모든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에 동의를 얻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국내 촬영의 경우 공문을 보내서 사전에 협조 허가를 구했고, 미쳐 그런 조처를 취하지 못한 경우에도 유연하게 촬영에 협조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이 해외라면 더욱 철저함을 기해야 합니다.


코디네이터가 중요하다

그래서 해외 촬영의 경우에는 유능한 현지 코디네이터를 둡니다.

현지 코디네이터는 그 나라에서 촬영해야 할 모든 내용에 따른 제반 작업들을 사전에 준비해주고 촬영 때에도 약속된 일정대로 취재진을 안내해 줍니다.

국내에서도 지방에 촬영이 잡히면 도시가 붐비기 전에 도심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에 움직이고 도심이라면 러시아워 등을 가만해서 촬영장소엔 약속된 시간보다 늘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의 여유를 주어야 촬영 대상자는 스텝들과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촬영에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주어진 시간에 정확히 촬영하고 마쳐야 했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촬영 대상 반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촬영 전에 지켜보고 서로가 탐색하며 익숙해지기 전에는 카메라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해외 코디는 스텝들의 숙소, 교통수단, 식사, 통역 등의 거의 전적인 영역을 책임집니다.

유럽의 경우는 시내 교통이 너무 복잡해서 현지 코디는, 차량과 운전을 전담하는 프랑스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비용은 더 추가되더라도 현지에서 이동하고 파킹 하면서 소모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시간을 지키는 것이 예의인데 하물며 외국에서는 더욱 엄수해야 하는 예의입니다.

각 나라별로 코디를 선정했고 현지 상황에 맞춰 촬영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국내 촬영은 비교적 여유가 있으니 해외 일정을 먼저 확정한 그 사이사이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촬영이 확정되었고 다음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순서였습니다.

프랑스의 일정을 고정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은 프랑스의 바캉스 기간은 거의 한 두 달 간이라 꼭 인터뷰해야 하는 교육 담당자와 대상자들의 날짜를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출장 스텝은 저와 동료 피디 그리고 작가나 코디로 3명이 한국에서 출발했습니다.

일본은 동경에서 공부했던 후배 피디가 차를 렌트하고 운전도 해서 동경과 요코하마를 오갔습니다. 운전대와 차량의 통행이 우리와는 반대여서 자칫하면 혼란스럽기 십상인데 운전뿐 아니라 일본어도 잘하니 일하기가 편했습니다. 나름 대표적인 곳을 찾아가서 그런지 우리가 취재한 일본의 유치원과 보육원은 친환경적이고 친자연적인 모습입니다. 하나같이 목재로 지어진 건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입니다.

보육시설과 교육시설인 유치원을 같은 장소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 특히 했고,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의 간식을 만들어 먹고 씻어놓는 것은 좀 놀라웠습니다. 스스럼없이 칼을 사용하고 이를 교육의 일환으로 허용하는 교육철학이 눈에 뜨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수대에서 식기 세척 중

일본의 유치원 아이들 - 간식 만들기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촬영에 임하면 다양한 카메라 워킹을 하게 됩니다.

대체로 건물의 외경을 시작으로 점점 내부로 좁혀 들어갑니다. 좌 우로 움직이는 팬이나 상하로 움직이는 틸업의 무빙을 줄 때에는 시작 점과 끝 점을 정해둡니다. 움직이는 속도가 일정해야 하고 마지막 지점에서도 자연스럽게 정지하고 충분히 멈추는 시간을 주어야 편집이 용이합니다. 팬과 틸에도 다양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데 그 빠르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짐으로 그 의도에 맞는 속도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어쨌든 여러 번의 시도로 반드시 OK 컷을 건져냅니다.


촬영 대상이 주로 아이들이니 카메라 앵글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실수하기 쉬운 부분은 어른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찍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작고 유약한 존재로 표현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앵글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아이들과 평등한 상태의 눈높이가 되며 공정한 관찰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상대의 이미지를 부각해야 할 때는 카메라가 상대의 눈높이보다 당연히 더 낮은 앙각의 상태가 되겠죠.

촬영은 다양한 사이즈가 필요하고 그 사이즈의 조절은 몸으로 직접 움직여서 찍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줌을 사용하는 것은 퀄리티를 떨어뜨리게 만듭니다.


인터뷰할 때는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방송되는지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선생님의 분량을 40초 정도 쓰려고 합니다. 또는 여러 질문 중에서 골라서 사용하겠습니다. 말씀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길게 얘기해 주셨는데 동일한 내용을 절반으로 줄여서 말해주시면 저희가 편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등을 주문하면 상대방도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합니다.

촬영할 때는 영상이 잘 담겨야 하겠지만 오디오의 수음이 잘 되는지를 살피는 것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오디오가 녹음이 안되거나 음질이 나쁘면 크나큰 낭패입니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를 다시 온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주위의 소음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선풍기 소리나, 에어컨 소리 등의 노이즈가 섞이면 잠시 양의를 구하고 꺼두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유를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와 같은 건물에 있는 유치원을 열심히 촬영하는 중에 점심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아이들의 식사를 촬영하고 있는데 꽤나 길게 식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도 배가 고파오는데 코디분이 오셔서 밖에 나가서 식사하고 오자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점심시간은 2시간이었던 것입니다. 2시간이나 점심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얼떨떨했는데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기관이 마찬가지여서 교육부 관계자나 교수 등을 만나도 그 두 시간을 비워둬야 했고 근무시간도 짧아서 일정을 최대한 잘 조율해야만 했습니다.

밥을 빨리 먹고 때워야 하는 생활에 익숙한 저에게, 식사는 즐거움이며 맘껏 만끽하면서 대화하고 나누고 교제하는 것이라는 문화의 차이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마이클무어의 “다음침공지는 어디인가?”에서 자세히 소개되는 그 장면을 내 눈으로 보면서 전체, 메인, 후식의 순으로 제공되는 프랑스 학교의 식사문화에는 유럽의 철학이 녹아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과 함께 누리고 나누기 위해서 먹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품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했던 피디와 작가

아무튼, 파리에 간 김에 샹젤리제, 몽마르트, 에필탑은 기본이고 루브르와 오르세를 두루 다니며 유럽의 문화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나 노트르담 성당 바로 옆에 유서 깊은 병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 유감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에 묵었던 우리의 아침은 늘상 식탁에 차려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식탁에 음식이 안 차려 있어서 함께 갔던 효영 작가는 혼자서 숙소를 나섰습니다. 다른 스텝들에게 맛있는 파리의 신선한 빵을 맛 보여주고 싶어서......

이른 시간에 잘 차려입은 동양인 여성이 가방 하나를 메고 길을 나섰으니 오토바이 쓰리꾼의 눈에 안 뜨일 리가 있겠습니까?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없는 작가에게서 겨우 연락이 온 곳은 그 병원이었습니다. 놀란 가슴에 코디와 함께 부랴부랴 도착한 병원에서 타박상으로 스크래치 난 다리와 얼굴을 한 작가를 만났습니다.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도 가방을 놓치지 않았고, 주위에 사람들이 도우러 몰려든 바람에 몸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서로가 안도의 큰 숨을 돌리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에 코끝이 찡해왔습니다.



촬영을 하다 보면 욕심이 나고 더 좋은 그림을 위해서 무모한 행동을 하고픈 때가 있지만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촛불을 밝힌 세느강변의 어느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와인을 곁들인 프랑스식 만찬은 대체 어떤 맛인지.....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고 반창고로 도배한 작가의 얼굴에도 미소가 스며 나왔습니다.



https://youtu.be/f0N9OrKvAXM 인재가 희망이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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