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제작기-후반 작업 postproduction

재창조로 생명 불어넣기

by 준구

편집 및 후반 작업


미국 촬영을 마무리했고 우리나라의 사례도 마쳤습니다.

이제부터는 2부작 120분 분량의 편집을 시작해야 합니다.

120분으로 걸러내는 과정은 버리는 과정입니다. 최소한 10배에서 20~30배 넘게 찍은 원본에서 엄선된 선별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각 테이프(데이터)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TC(타임코드)에 따라 내용을 정리해 나갑니다. 나라와 날짜별로 촬영된 내용이 무엇인지 기록하고 인터뷰도 받아 적습니다. 인터뷰는 분량이 길기 때문에 꼼꼼히 적어서 필요한 내용만 편집해서 쓰게 됩니다. 해외에서 인터뷰한 내용은 번역의 과정을 거쳐야겠죠.

이런 프리뷰 과정을 통해 내용 정리를 마치면 가구성안이 새롭게 보완된 편집 구성안이 만들어집니다. 전보다 내용이 추가되고 바뀐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제 편집구성안을 토대로 그림을 붙여 나가는데 내용에 따라서 길이가 늘거나 줄고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쨌든 가편집을 하다 보면 방송 분량의 길이보다는 길게 편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내용을 붙여놓고 봐야 전체적인 흐름에 가닥이 잡혀서, 어디를 늘리고 줄일지 윤곽이 나옵니다. 그러면 전체 내용의 맥락과 리듬에 맞춰 한 번 더 다듬어서 완성합니다.

때때로 구성을 틀고 방향을 바꿀 때면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쟁도 합니다. 지나친 주관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주제의식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스플래시 이미지

방송 프로그램의 흐름은 프롤로그, 타이틀, 본 내용의 전개와 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냥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의한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입니다. 처음 시작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어필을 해야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봐줄 것입니다. 엔딩도 오프닝 못지않게 잔잔한 여운을 남겨야 깊은 공감과 감동으로 남게 되겠죠.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는 작은 스토리들이 펼쳐집니다. 그 잔잔한 스토리들은 큰 스토리와 폭발적 갈등을 향해 치닫도록 합니다. 그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면 클라이맥스에서는 폭발하고 해소되며 해결될 것입니다.

내용에서 밀고 당기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고도 어려운 작업입니다.

때로는 영상미학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고 오디오와 인터뷰가 주를 이루기도 합니다. 현장음이 내용을 이끌기도 해야 하고 내레이션의 톤이 감동을 증폭시킵니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는 효과와 음악만 한 것도 없습니다. 긴장이 고조된 이후에는 쉬어 가는 브릿지도 꼭 필요합니다.

영상은 이런 오디오와 비디오, 음악, 내레이션 효과 등이 전반적인 하모니를 이루면서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 갑니다. 각 영역 담당자들과의 팀워크가 절실한 이유겠죠. 가급적 이러한 흐름을 염두해서 글은 명료하고 간결하게 써 내려갑니다. 문학처럼 화려함으로 내용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예를 든다면, “보기에도 더러운 물을 아이들이 물통에 담고 있습니다.”라는 묘사보다는 “먹어서는 안 되는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아이들입니다.”가 더 적합한 기술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본 틀을 인지하며 편집을 마치면 오디오의 높이를 전체적으로 고르게 맞추고, 영상의 칼라 톤을 손봅니다. 자막도 입히고 성우의 녹음을 더해 효과와 음악을 섞으면 드디어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탄생되는 것입니다. 목소리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성우는 다큐의 내용을 더욱 맛갈나게 만드는 역할이므로 톤과 분위기에 맞는 사람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음악은 죽은 영상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술을 부리고 시청자의 마음속 깊이 전달되기 때문에 충분한 선곡과 작곡의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저는 편집이 참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 촬영된 것을 속속들이 기억해야 하고, 흐름에 맞춰 옥석을 가리고 추려서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기에 늘 긴장합니다. 촬영 과정의 부족함을 보완하기도 하고, 결과물을 더욱 창조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편집 때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붙이려 애씁니다. 집중해서 하고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작업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최선의 컨디션으로 완성을 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입니다.



에필로그


우리나라와 3개 국의 영유아 보육과 교육기관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모든 나라가 아이들에게 질 높은 양육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는 일치하지만 여력과 실제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교육의 철학과 목표가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도 느껴집니다.

어려서부터 신체적 정신적 장애와 다운 증후 등의 아이를 함께 양육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상생을 배웁니다. 인종과 가난과 핸디캡을 넘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배웁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기다려 주고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선 그 아이들과의 분리를 요구합니다. 함께 더불어 공존을 강조하기보다 내 아이가

타인보다 먼저 빠르게를 추구합니다. 공동체의 사회성보다는 뛰어난 개인과 내 아이가 잘되기를 원합니다.

교육의 철학과 지향은 입시라는 블랙홀을 만나면 중고등학교는 엄청나게 뒤틀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숨 막히는 경쟁과 치열함에 내몰립니다.

우리의 경제규모와 발전 정도라면 삶의 질이 이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심각한 비극입니다.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처절한 성찰과 반성으로 대학의 체계와 교육의 목표를 재설정한

유럽 사회를 보고 배우고 우리의 체계를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이뤄야 합니다.


산업사회에서 추구하고 누려 왔던 기존 체계의 사고와 질서는

장강의 앞 물결처럼 자라나는 세대의 물결에 의해서 떠나가고

앞 물결은 미래세대의 행복을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인 교육시스템.

그것이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현장에서도 투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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