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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인실 Apr 29. 2022

야간 주행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한적한 도시를 달리는 즐거움

러닝을 좋아한다. 특히 밤에 하는 러닝을 좋아한다. 밤공기가 더운 몸을 식혀줘 달리기가 훨씬 수월하고, 낮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서울에 산 지는 약 6년 정도가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집 주변을 달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차도와 인도와 골목이 복잡하게 섞인 동네라 러닝에는 다소 부적합하지만, 인적과 차량통행이 드문 밤에는 꽤 괜찮은 코스를 계획해서 뛸 수 있다.


집 주변을 두 바퀴 돌면 대략 4km 정도가 나온다. 시간은 컨디션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20분에서 23분 사이. 평균 페이스를 4대로 몇 번 뛴 적이 있는데 다음 날 체력적 부담이 느껴졌다. 때문에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날도 가급적이면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으려 한다.



러닝 때문에 쓴 돈이 많다. 심박수와 속도를 알아야 더 잘 달릴 것이라는 합리화로 애플 워치를 샀고, 운동은 장비빨이라는 핑계를 대며 첫 러닝화로 줌플라이를 샀다. (대충 중고급 러닝화. 초보에게는 저것보다 낮은 레벨의 신발도 충분하다)


실내 자전거가 비싼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듯, 운동에 대한 나의 투자도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비싼 돈을 쓴 가치가 있었다. 워치와 러닝화가 눈에 들어올때마다 카드값이 떠올라 거리로 나왔다. 열심히 할 때는 주 4회 정도 꾸준히 달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애플 워치를 차고 달린 뒤, 나이키 러닝 앱을 통해 나의 러닝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좋다. 페이스, 칼로리, 케이던스, 심박수, 심지어 내가 달린 구간의 지도까지 보여주는데, 마치 프로 운동선수가 된 것 같은 재미있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러닝을 다룬 에세이에서 최근 읽었던 내용이기도 한데, 러닝이 재미있는 까닭은 러닝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늦거나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에서는 굳이 달릴 일이 드물다. 평소에는 다소 불필요하고 힘든 행동이지만, 달리기가 목적이 되면 다리의 감각과 터질 듯한 심장 박동, 가쁜 숨 등 그간 잊고 살았던 감각에 집중하며 나의 몸을 낯설게 경험할 수 있다. 평소에는 책상 앞에서 절전모드처럼 조금씩만 움직이던 몸을, 러닝을 하며 최대 출력으로 끌어올리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별한 방법이나 기술이 필요없다는 점도 러닝의 매력이다. 과정이 워낙 단순하기에, 가볍게 마음을 비우고 동네를 뛰고 오면 낮동안 했던 고민과 걱정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 물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들에 대한 불필요한 사념이 정돈된다.


기회가 된다면 마라톤도 나가보고 싶다. 때마침 코로나 방역 조치들도 많이 완화되고 있는데, 혹시 대회가 열리나 찾아봐야겠다. 혼자 뛰는 것도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평소 러닝을 같이 하는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한다.


러닝에 대해 적다보니 달리고 싶어졌다. 오늘 밤에 시간을 내서 동네를 돌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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