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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변주 - <미친 맛집>, <주관 식당>

by 톺아보기 Feb 28. 2025

2월 말 넷플릭스는 새로운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매주 정해진 날짜에 한, 두 회차가 공개되는 형식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공중파 예능이 아닌 경우 그간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하던(대표적으로 <흑백 요리사>) 방식과는 다른 형식이었다. ( KBS가 버린 예능, 넷플릭스에서 부활했다, 기사 참조)  

덕분에 이제 시청자는 공중파 예능을 닥본사하듯이 넷플릭스를 찾아들게 되었다.  새로운 편성은 긍정적이었을까? 우선은 tv 프로그램 순위에 공개된 예능 프로그램 세 편이 10 위 안에 링크되어 있다. 보고 싶은 게 있을 때 찾아보던 넷플릭스에서 이제 매주 혹은 매일 찾게 되는 넷플릭스, 그렇게 넷플릭스는 또 한번 '진화' 중이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공개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요리, 혹은 먹방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미친 맛집>과 <주관 식당>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기존에 있던 요리, 혹은 먹방 프로그램을 출연자의 지명도에 기대어 새롭게 변주시켰다.  


▲ 미친 맛집 © 넷플릭스   



한일 먹방 크리에이터의 만남 - <미친 맛집> 

지난 목요일 공개된 <미친 맛집>, 그 의미부터가 절묘하다.  <미친 맛집>은 '미식가 친구의 맛집'의 줄임말이다. 동시에 프로그램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감탄사 '미쳤다'처럼 너무 맛있어 '미쳤다'는 표현이 나올 만한 '미친 맛집'이라는 뜻의 중의적 표현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건 두 사람이다. 우선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쓰시게 유타카가 그 중 한 명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최근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새롭게 선보인 그가 일본 측 친구가 되어, 자신의 맛집을 소개한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건 발라드 가수이지만, 최근에는 유투브 크리에이터로서 더 각광을 받고 있는 성시경이다. 그를 유투브계의 총아로 이끈 건 '국밥부 장관'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유투브 '먹을 텐데'이다. '유투브 구독자를 얻고 몸매를 잃었다'는 그의 자조적인 표현처럼 나날이 두툼해져 가는 그의 체형과 더불어 그의 먹방 유투브는 공신력을 얻었다. 그렇게 촉망받는 먹방 유투브가 된 성시경이 배우 마쓰시게와 호흡을 맞추어 프로그램을 이끈다.  

스스로 '성덕'이라 하듯이 스스로 <고독한 미식가>의 열렬한 팬임을 드러내었던 성시경과 마쓰시게의 첫 만남, 마쓰시게는 발음하기 어려운 자신의 이름을 '맛찌개'라 부르라며 서로의 어색한 벽을 허문다.  


▲ 미친 맛집 © 넷플릭스   



첫 회는 우선 마쓰시게의 일본 맛집으로 향한다. 일찌기  <고독한 미식가> 3회를 통해 소개되었고, 그 후로도 쭈욱 단골이었다는 중국집 '양'을 소개한다. 도쿄 이케부쿠로는 예전부터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래서 오래된 중국집들이 많았다고 한다.  

13년 단골인 '양'에서 이들이 시킨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국물없는 탄탄마라면에, 두부 껍질 무침 '반산스', 물만두, 군만두, 그리고 단골들만 먹을 수 있는 비장의 레시피 '산채백육과'이다.  

<미친 맛집>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절묘하게 조화해 낸다. 스테디셀러로서 친숙한 <고독한 미식가>의 장면,장면을 넣어 시청자의 추억을 소환해 내는가 하면, 그 익숙했던 드라마 속 음식을 먹는 상황을 통해 말 그대로 '성덕'의 간접적 감동을 누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첫 음식점으로 중국집을 택함으로써 '양'의 주인장 '마마'와 함께 소탈한 대화와 음식 소개를 통해 '일본'이라는 지역색을 넘어 한국과 일본과 중국의 만남이라는 문화적 공감대를 새로이 탄생시켰다.  

단골들만 시킬 수 있다는 '우라 메뉴'로 등장한 배추와 돼지고기, 당면이 어우러진 '산채백육과',  성시경은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만한 '김치찌개'에 비유한다. 이미 <먹을텐테>를 통해 자타공인 맛 해설에 일가견이 있는 성시경의 적절한 맛 해석이 보는 먹방을 넘어 분석적 공감대를 얹는다.  

20여 분의 짧은 분량, 1화 중국집 '양'에 이어 2화에서는 얼큰한 입맛을 디저트로 달랜다. <슬랜덩크>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바닷가 가마쿠라에서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외딴 숲 속 까페 '하우스 오브 플레이버스' , 이곳에서 일본에서 제일 비싼 치즈 케이크를 만난다. 거기에 마쓰시게 소개, 성시경의 먹을 텐데 넷플릭스 버전이 양념처럼 더해 보는 재미을 더한다.  


▲ 주관식당 © 넷플릭스   



어색하지만 진지하게 - <주관 식당>

<주관 식당>을 이끄는 건 '주관'이라는 그 프로그램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최강록 셰프'이다. 그의 자조적인 말처럼 <흑백 요리사>에서 일찌감치 떨어졌지만 그의 등락과 상관없이 최강록 셰프는 그의 어눌한, 그러나 진지한 태도로 '나야, 들기름', 등 많은 어록을 남기며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리는 귀찮을 수록 맛있어 진다는 최강록 셰프의 지론답게 그는 몇 시간 씩 양파를 볶고 하루 종일 소금을 볶는다. 그런 그의 섬세하고 진득한 요리 방식을 <주관 식당>은 고스란히 담는다. 단 한 명을 위한 특별한 요리, 그 손님이 보내준 '주관식 주문서', 거기에 맞춰 최강록 세프가 자기만의 '주관적'인 요리를 만든다.  첫 손님으로 초대된 장기하가 와인에 어울리는 감자탕을 주문하자, 그는 고춧가루와 들깨 가루가 없는 감자탕을 위해 돼지 등뼈를 푹 곤다. 그리고 감자탕이라는 요리에 어울리도록 감자와 아욱을 삶아 낸다.  

▲ 주관식당 © 넷플릭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요리, 하지만 요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냄비에 어우러진 돼지 등뼈와 야채들, 최강록 셰프는 야채부터 시식할 것을 주문한다. 감자탕이라는 요리를 해체해, 그 안에 들었던 돼지 등뼈와 감자, 야채들이 가진 고유한 맛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번 째 요리는 한 술 더 뜬다. 고기를 좋아하는 파도 좋아한다는 정해인의 주문에 최강록의 반골 기질이 발동한다.  '파'가 주가 되는 요리의 메인이 전복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파를 진하게 끓인 국물을 한 모금 맛 본 정해인은 놀란다. 이게 고기 국물이 아니냐고, 그리고 돼지 기름에 달큰하게 구워진  파를 맛보며 고기 맛이라고 부담 없이 얼마든지 먹겠다고 미소를 짓는다.  

이미 2013 <마스터 셰프 코리아> 우승이라는 내공에, 유투브를 통해 선보인 진득하고 페이소스 넘치는 요리와 이야기가 <주관 식당>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콘텐츠를 통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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