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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 Dec 19. 2024

 레 미제라블 3

-악의 시작

인류, 그것은 동일성이다. 모든 인간들은 다 똑같은 점토다. 적어도 이승에서는 신이 미리 정해 놓은 운명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전생에는 다 똑같은 그늘, 생시에는 다 똑같은 육신, 사후에는 다 똑같은 재. 그러나 인간의 반죽에 섞여 든 무지는 그것을 검게 한다. 이 불치의 검은 반점이 인간의 내부에 번져 거기서 '악'이 된다.


레 미제라블 3 p. 260/민음사



지난 12월 3일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고 나서야 무지가 <악으로 번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것은 비단 윤의 무지만이 아니라, 나의 무지의 목격이기도 했다.

새치혀 같은 말들로 말을 바꾸는 정치라면 지긋지긋했다.

안철수를 지지하던 나는-선거 현수막이 구겨지기라도 하면 그걸 기어 올라가 애써 펴고 싶은 시절이 있었다- 안철수의 변심을 지켜보면서 -윤과 손을 잡다니!- 정치 쪽은 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독주를 막으려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되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한 사람의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가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허약한 대한민국일리 없다고 믿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한 명의 선은 뭉쳐지지 않지만 악은 뭉치고 협박한다.

노무현을 그렇게 보내고도 여전히 나는 몰랐다. 윤의 힘은 그런 것이다. 지독한 악을 경험하게 했다는 것,

그것은 지독한 나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어설픈 악당보다는 이런 악당이 우리에겐 필요한 시기였다.

다시 신문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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