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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 빠진 Mar 03. 2020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무용지물의 풍경, 타지마할






타지마할_ nasa 빠지ㄴ



안녕! 타지마할


밖은 어두웠고 세상을 그려내는 건 길거리 간간히 서있는 가로등과 가로등 빛 아래 어디론가 향하는 행인들 뿐. 숙소에서 나와 가로등 불에 몸을 맡겼다. 서서히 아침 해의 숨소리가 들렸고 어둠은 힘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불구하고 타지마할로 들어가는 관문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영어, 불어, 힌디어, 생소한 억양까지 다양한 언어가 귀로 흘러들어왔고 연령대도 잠이 덜 깬 어린아이부터 머리에 서리가 내린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타지마할의 무엇이 세상 사람을 멀고 먼 타지까지 불러들였을까. 드디어 타지마할 입구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개미가 행진 하 듯 타지마할로 향했다.



가슴이 뛰었다. 가슴이, 마음이 움직인다는 일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이젠 무엇을 봐도 잘 설레지 않는 나이 - 가능성보다는 현실이 더욱 중요한 나이. 설레고 싶지 않은 자기 연민을 정당화하는 나이- 때문에 오랜만에 찾아온 설렘은 두려운 마음으로 둔갑했다. 이 마음을 알았던 걸까. 타지마할은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진 않았다. 타미마할은 다 계획이 있었다. 입구 거대한 붉은 게이트 안으로 연보라 파스텔 빛의 하얀 타지마할 얼굴 한 부분이 보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세상 이렇게 수줍고 곱디고운 건축물을 본 적이 있던가.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며 어두침침한 게이트를 지나자 좌우 완벽한 비율을 이루는 아름다운 타지마할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모그인지 아침 안개인지 모를 무언가에 가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타지마할. 어둠은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에 타지마할만 덩그러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해보았나요?


타지마할은 극한 사랑이다. 타지마할은 (1631년~1648년) 무굴 제국의 황제 샤자한(Shah Jahan)이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실용성은 개나 줘버린 묘지이자 예술작품이다. (개는 죄가 없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샤자한은 더 이상 복제품이 나오지 못하게 기술자들의 손목을 잘라버렸다는 설까지 전해진다.  미친 로맨스 덕에  인류는 타지마할이란 아름다운 예술품을 선사받았다.


‘사랑을 위해 무엇까지 해봤나요?’라는 샤넬 광고 카피는 샤자한를 두고 쓴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 극혐 했던 음악 취향마저 좋아지고, 숨소리마저 사랑스러워 밤새도록 전화기를 놓지 못하고, 절친이라 불렸던 친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세균처럼 만들어 버리지 않던가. 사랑은 그러하다.


내 사랑이 절절해지는 순간 우리는 이성이란 가면을 허물 벗듯 버리고 만다. 사랑이 곧 세상이고 세상이 사랑이다. 마음속 어귀에 숨어있던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비합리를 합리로 둔갑시킨다.


사랑하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타지마할을 만들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영원한 사랑 꿈꾸며, 누군가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누군가는 사랑의 분노를 가득 채운 타지마할을 만든다. 설령, 그것이 타지마할이 아니라 모래성이라 한들 어떠한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려 본 이라면 가슴속에 사랑이 지난 애잔한 풍경 하나 즈음 품고 있으니까.



세상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머나먼 인도까지  찾아오는 건 아닐까. 타지마할을  보기 전 설레였던 건 가슴속 한편에 고이 접어둔 비겁했던, 이기적이었던, 상처만 남긴  옛사랑을 다시 마주하기 싫었던 옹졸한 마음이었으리라. 당신의 타지마할은 안녕한가요? 저의 타지마할은 이런 노래를 불렀어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타지마할_ 인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좌우대칭으로 완벽한 비율과 조형미를 자랑한다.  외관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독특하고 아름다움을 지녔다. 22년 동안 타지 마할을 만드는 동안, 인도의 장인뿐만 아니라,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기술자를 초빙했고 미얀마와 터키 등지에서 건축자재를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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