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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 빠진 Mar 29. 2020

낙타의 편지는 사막에 두고 오겠습니다.



해가 멀리 사막으로 몸을 감추기 시작했어요.  붉은 노을은 금세 보랏빛 파스텔 톤으로 변하고 점점 어스름이 세상에 찾아왔어요. 어둠이 내리면 낙타들에게 자유가 주어져요. 나름 퇴근시간이죠. 낙타지기는 낙타의 모든 짐을 내린 후 목에 달린 방울을 만 남기고 모든 끈을 풀어주어요.


 


자유가 찾아왔지만 낙타는 미동 없이 큰 눈으로 멀뚱멀뚱 세상을 관조하죠.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면 하늘에 별들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아마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 다운 보석은 사막 밤하늘의 별 일 거예요. 검정 바다에 은빛 물감을 뿌린 듯한, 요즘 말로 ‘사기각’ 풍경이에요. 사람도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불이란 걸 피워요. 물론 스마트 폰도 빠질 순 없죠. 사막에선 불빛에 기대어 어떤 형태로나마 존재할 수 있는 게  인간 따위니까요.


낙타들은 보이지 않지만 방울 소리로 존재를 알리죠. 어디론가 떠나나 봐요. 낙타지기는 낙타가 떠나도 불곁에서 미동도 없어요. 별을 제외한 모든 생명은 그렇게 어둠의 바다에 빠져들죠. 어둠 앞에서  우린 그저 그런 존재니까요.


다시 해가 떠오르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죠. 어둠은 추위를 남기고 사라져요. 빛은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요.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요. 주위를 둘러보니 낙타들만은  떠나고 없네요. 저 멀리 낙타 한 마리만 마네킹처럼 서있었어요. 낙타지기가 낙타의 이름을 불러요. 그래도 움직임은 없어요. 낙타지기는 다른 낙타를 찾으러 터벅터벅 걷기 시작합니다. 그게 그들의 일상이니까요. 한 두 시간이 지났을까요? 저 멀리 여러 방울 소리가 리듬처럼 들려요. 낙타와 낙타지기가 사이좋게 걸어와요. 낙타와 낙타지기를 보는데 이유 없이 부럽고 서글펐어요.



낙타를 기다리며 편지를 썼어요. 저도 곧 낙타들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저에게 찾아왔던 어둠도 결국 모든 게 제자리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을까요? 낙타와 낙타지기를 보며 나에게도 낙타지기가 있었으면  했어요. 또한 욕심이겠죠. 삶의 미련과 죄책감이 들었어요.  연필 자국이 나도록 꾹꾹 눌러썼어요. 마음에 페인 자국처럼 말이죠. 미안해요. 편지는 사막에 두고 가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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