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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 빠진 Mar 16. 2020

페르난도는 멕시코 마피아와 싸운다.

용기도 행복도 선택이어라.


nasa 빠지 ㄴ

세상 행복한 술집


밤 깊은 라 플로리디타(la floridita)는 여행자들로 붐볐다. 헤밍웨이가 한 자리에서 13잔 칵테일 다이키리 (Daiquiri Cocktail)를 연거푸 마신 걸로 유명한 바다.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술잔을 들고 춤을 추었다. 바텐더의 손놀림이 타짜만큼이나 화려해졌다.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 주문에도 표정 변함없이 다이키리를 만들어냈다.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자 술과 음악으로 모든 이가 친구가 되었다. 진정한 ‘위아 더 월드’였다.



바텐더 보다 빛난 이들이 있었다. 음악에 맞춰 여성 다섯과 청년 한 명이 춤을 추는데 연습이라 한 듯 리듬에 을 가지고 놀았다. 내면 깊이 행복해 보였다. 쿠바를 찾기 전 상상했던 쿠바인들의 모습이 이랬다.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미동도 없이  술만 마시던 나는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 저런 표정을 지어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저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력한 부러움이 마음속 계곡에서 슬며시 기어나와 아랫배를 간지럽혔다.


“너무 행복해 보여요. 정말 부럽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에게 말부터 걸었다. 다행히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들은 멕시코에서 온 여행자였다. 같이 술 한잔 하자며 외로운 여행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고 난 그들의 행복 속으로 잠시 침입하기로 했다.


나라고 싸우고 싶겠냐?


가벼운 한마디가 묵직한 연결고리가 되어 그들의 일정에 꼽사리를 끼게 되었고 그들의 최종 목적지였던 쿠바 서부 해안 도시 바라데로 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쪽빛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말없이 숨 쉬는 카리브해 풍경을 품은 곳 베라데로, 그들은 휴게소, 길거리, 식당 등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라면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과 함께 하는 건만으로도 행복했다.


며칠이 지나서였을까? 그때서야 그들의 직업이 궁금해졌다. 여행에서 직업 따위가 중요 건 아니지만 늘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자원봉사로 뭉친 사회단체였다. 쿠바에 온 건 쿠바의 개방을 모니터링하기 위함이었는데, 그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마르티는 여성 인권 위해 싸우는 유명 정치인이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변호사였다.



나와 같은 방을 쓰던 동갑내기 페르난도를 쳐다보았다. 늘 아재(아저씨) 개그나 연발하던, 배는 통통하게 나와 배바지가 귀여웠던 룸메이트 페르난도. 그는 멕시코 마피아와 주로 싸운다고 했다. 멕시코에 대해 많이 아는 바는 아니지만 멕시코 갱단 하면 세계 적으로 흉악하기로 유명하지 않던가. 설마 하며 페르난도를 쳐다보았다. 멕시코 뉴스에 나온  나온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헐, 대박’이었다.





술을 마시다 얼큰이 취한  페르난도와 해변으로 나왔다. 배를 장난 삼아 툭툭 건들며 물어보았다.


“ 무섭지 않아? 대단하다 난 절대 못 할 거야.”


“ 흠. 왜 무섭지 않겠어. 늘 사건을 맡을 때마다 무서워. 집에 가는 길도 무섭고 가족들도 걱정이 돼,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야. 마피아와 싸우겠다는 꿈은 절대 없었어.  그냥 이게 내일이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야.”


“ 그래도 정말 용기가 대단하다. 비겁한 나는 용기 하면 한국 군 보급형 속옷 ‘브레이브 맨'이 생각나는데’


“ 뭐래?  용기? 난 용감하지 않아. 내 친구들도 다 무서워해. 무서운 건 다 똑같아. 다만. 용기는 무서워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선택의 차이 일 뿐이야. 그 후일은 어떻게든 되더라고.  옳은 일이니까, 친구든 가족이든 그 누구든 도와주더라고”


공포의 무게를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공포 앞에서 합리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도 무서울 거다. 용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자는 없다. 용기는 용기를 선택하는 ‘선택의 용기'다.


그들이 매번 즉흥적으로 춤추고 노래 부르며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 공포 앞에서 주저할지언정 용기를 선택하는 그들에게 지금을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도 선택일 테니까.  용기도 행복도 선택이어라.



" 드르르렁 드르ㅡㅡㅡ러어어엉" 옆을 보니 페르난도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잠도 최선을 다하는 페르난도.


에헤이~~~ 그래도 사랑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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