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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13. 2024

입장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

경청, 동의와 수용, 본질적 같음 탐색, 새로운 방향 모색

현대사회에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사형 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는가? 폐지 되어야 하는가?

총기는 규제해야 하는가? 총기 구입을 허용해야 하는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하는가? 권고사항 정도로 해야 하는가?

모두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을이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사형을 구형할 뿐 아니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강력범죄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형벌이 사형이라는 점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력범죄자들을 살려둠으로써 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느냐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사형수들에게 들어갈 돈으로 다른 복지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고,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고,

국인들 월급을 늘릴 수도 있으며, 모병제도 실시할 수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낭비라고 주장한다.

사형수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과 공간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도 있고,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을텐데,

그 넓고 좋은 땅을 범죄자들을 지켜주기 위해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한다.

교화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강력범죄자들은 교화되지 않는다며, 사회악을 처단해야 정의라고 한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 피해자의 친구와 지인 입장에서는 강력범죄 가해자가 계속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지옥일 수 있는데, 왜 가해자의 인권 따위를 지켜줘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해야지 왜 가해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사형 구형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사형을 구형하되 집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강력범죄 가해자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수사는 완벽할 수 없으며, 만의 하나라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는 사람이 과연 있겠냐마는

그럴 가능성이 0.00001%라도 있다면,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이들은 가해자도 사람이기에 최소한 인간으로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살인 자체가 우발적이었을 수도 있고, 실수였을 수도 있으니, 용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형 제도 반대자들은 사형 집행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살인한 누군가를 벌하기 위해 또다른 누군가(가해자)를 살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기아, 전염병, 암 등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고,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에 신경써야지 사형 집행에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각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논리만 펴서는 대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먼저 둘 다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말이 타당함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사형 제도 찬성측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과 주장은 분명 맞는 내용이다.

또한 사형 제도 반대측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과 주장도 분명 맞는 내용이다.

이걸 둘 다 수용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수용할 만한 것이 있네요'라는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이렇게 상대방의 말을 수용한 다음 '그런데요. 제 말이 더 맞는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순간 그 앞에 했던 말이 다 무효가 되고, 상대방과의 골은 더 깊어지고,

감정 싸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말을 내뱉는 순간 상대방은 '그래. 어쩐지 너무 잘 수용한다 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다시 싸우자.'고

나올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동의한 다음의 말은 이렇게 이어가야 한다.

'우리가 본질적으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제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것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것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였군요.

각자 형태는 다르지만, '정의'를 존중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것은 '범죄 감소와 예방'을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것도 '범죄 감소와 예방'을 위해서 였군요.

각자 구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범죄를 줄여야 한다'는 대의는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것은 '인권 존중'을 위해서 입니다. 저는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것도 '인권 존중'을 위해서 군요.

실수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의 인권이요.

각자 방향은 다르지만, '인권 존중'이라는 기본 토대는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무릇 입장이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의 기반 위에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형제도나 집행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서 개선 되어야 할 제도는 무엇일지.

우범 지역 관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보상하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가해자에게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을 몰수하거나, 피해자 지원을 위해 쓸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가해자의 가족들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위해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하도록 하는 의무를 만드는 것은 어떨지.

가해자들이 편안하게 살지 못하도록 매일 반성문을 쓰게 하고,

매일 반성문을 쓰지 않을시 수용 시설에서 아주 불편하게 지내게 만든다던지.

이러한 새로운 논의와 미래 지향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이런 식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토론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야 의미가 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찬반 의견도 마찬가지다.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주장이 있는데, 그 주장을 들어주고,

동의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그 후에는 두 입장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

개인의 안전과 가족의 안전, 이웃의 안전을 위해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점.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

총을 범죄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공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총을 절대로 구매하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 술을 자주 먹는 사람,

정기적으로 총기와 총알 개수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 등이 있을 수 있다.

법과 정의는 이런 식의 건설적 토론을 통해 개선되어 나가고 사회는 더 안전해 질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에 대한 찬반 의견도 마찬가지다.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의 주장과 맞지 않으려는 사람의 주장을 모두 경청하고,

수용하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도 개인과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맞으려고 하는 것이고,

맞지 않으려는 사람도 개인과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맞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도 자신이 백신을 맞음으로써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도 백신을 맞지 않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백신 부작용으로부터

자신을 지킴으로써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려고 한다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더 안전한 백신이 나올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한다던지.

바이러스 확산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초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방역 시스템을 정비한다던지 등의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는 이렇게 발전해 왔고, 이렇게 균형감을 유지해 왔다.


토론을 할 것이라면 똑바로 하자.

토론은 싸움이 아닌 본질 찾기요, 공통 기반 마련하기이며, 새롭고 건설적인 논의로 나아가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관용과 수용과 공통점 찾기가 있는 토론 문화가 부활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Horne, Z., Powell, D., Hummel, J. E., & Holyoak, K. J. (2015). Countering antivaccination attitud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2(33), 10321-10324.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Sebastian Her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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