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Mar 06. 2024

당신의 뇌는 같음에 달아오르고,
다름에 식어버린다

유사성의 심리를 이해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장비(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줄여서 fMRI라는 장비의 등장은 뇌과학의 혁명을 불러왔다.

fMRI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뇌과학은 실제로 뇌를 절개해보지 않으면 연구하기가 어려웠기에

뇌수술 환자가 있을 때를 기다려야만 했고, 뇌수술 환자와 그 가족이 연구에 동의해주길 희망해야 했다.

혹은 뇌질환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가족에게 동의를 받아,

죽은 사람의 뇌를 절개해본 후, 어떤 부분에 손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EEG(Electro Encephalo Graphy) 뇌파 측정 장비가 등장한 후에는 뇌파 반응을 통해

두뇌 활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EEG 장비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뇌파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이러한 뇌파 활동이 뇌의 어떤 영역과 관련성이 있는지 알려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fMRI라는 비침습형 뇌촬영 장비가 등장한 것이다.

주사바늘처럼 인간의 피부 안쪽을 침투해 들어가지 않으면 연구가 어려운 것을 침습형이라고 하는데,

fMRI는 인간의 피부 안쪽, 뇌의 측면에서는 머리뼈 안쪽을 침투해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비침습형이다.

fMRI 연구에 참여한 사람은 뇌의 혈류가 어느쪽에 집중되는가를 알수 있게 하는 무해한 약물을 복용한 후, fMRI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내시경 검사를 하기 전에 먹는 약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됨).

물론 장비가 비싸기에 모든 뇌과학 연구자가 fMRI를 구입하여 연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본이 충분한 학교와 병원, 연구기관들이 너도 나도 fMRI를 구입하였고,

fMRI가 없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fMRI를 빌려주면서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fMRI 기계 자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다는 말은 아니다.

굉장히 민감한 장비고 크기가 커서 이동할 수 없다.

fMRI가 있는 연구기관에 사용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한 후, 승인이 나면,

일정 기간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fMRI를 활용한 실험 대부분은 연구 참가자로 하여금

어떤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서 생각이 특정한 방향으로 조정되게 만든 후,

그렇게 조정된 생각을 할 때, 우리 뇌의 어떤 영역에 산소가 많이 공급되는지(혈류가 몰리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혈류가 몰려서 산소가 많이 공급되는 부분은 나중에 결과를 도출할 때,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혈류가 몰리지 않아서 산소가 희박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뇌과학자들은 빨간색 부분을 활성화되었다고 부르고, 파란색 부분을 비활성화되었다고 부른다.

또한 빨간색 부분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도 표현하고, 파란색 부분은 차갑게 식었다고도 표현한다.


그럼 우리의 일상에서 각 사람의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근본적 상황은 무엇일까?

반대로 우리의 일상에서 각 사람의 뇌를 차갑게 식게 만드는 근본적 상황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붉게 달아오르고,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파랗게 식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붉게 달아오르고,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는 파랗게 식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는 붉게 달아오르고, 지루한 영화를 볼 때는 차갑게 식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맞는 말이고,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근본적인 상황은 아니다.

내가 말한 근본적인 상황이란,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핵심적 상황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우리는,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리 뇌는 왜 어떤 것을 좋아하고, 다른 것은 싫어할까?

왜 어떤 것에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다른 것에서는 차갑게 식을까?


뇌과학중에서도 인지심리학적 현상을 뇌 측정을 통해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실제로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았고, 일관성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들이 도출해낸 결과의 핵심은 '유사성'이었다.

인간은 자신과 유사한 것, 공통된 것, 비슷한 것, 닮은 것에 열광하고, 이때 우리 뇌는 뜨거워 진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과 다른 것, 차이가 나는 것, 이질적인 것에 대해 관심이 없고, 차갑게 식는다.

인간은 자신의 성격, 신념, 태도, 관심사, 경험, 선호, 습관과 유사한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인간은 자신의 성격, 신념, 태도, 관심사, 경험, 선호, 습관과 다른 것을 싫어한다.

인간의 뇌는 그 사람에 부합하는 것을 경험할 때 뜨겁게 반응하고, 그것에 매력을 느끼지만,

그 사람과 불일치하는 것을 경험할 때 차갑게 식고, 그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심하면 혐오를 느낀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할 때 활성화된다.

그러나 여러분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면 차갑게 식는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과 동일한 신념과 태도,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 활성화된다.

그러나 여러분의 뇌는 신념과 태도, 취미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냉랭해진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다는 사자성어 유유상종(類類相從)은 뇌과학적 사실이다.

인간의 뇌는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에 부합하는 것에 끌린다.

인간의 뇌는 평소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과 보고싶어 하던 행동에 끌린다.

인간의 뇌는 평소 자신이 느끼고 싶어했던 경험에 끌린다.

인간의 뇌는 평소 자신이 가진 정치적 입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에 끌린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 가치관, 정치적 입장과 다른 것은 배척하고, 멀리한다.


확증편향이라는 심리학적 현상도 이런 우리 뇌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

자신의 특성과 유사한 것들은 계속 수집해나가고,

자신의 특성과 다른 것들은 계속 무시해나가면서 발생하는 것이 확증편향인데,

이는 우리 뇌의 기본적인 특성이기에 거부하기가 무척 힘들다.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유사성에 매력에 느끼는 것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유리했던 것이 분명하다.

개개인의 생존을 위협했던 것은

언제나 자신과 다른 생각, 다른 신념, 다른 태도,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후와 환경이 자신이 사는 곳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은 자신과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들을 배척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이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인들의 뇌에도 유사한 것은 가까이 하고, 이질적인 것은 멀리하는 프로그램이 깔려있다.


그래서 결혼도 유사한 사람끼리 만나야 행복하고,

유사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야 오래도록 우정을 유지하고,

유사한 사람들이 이웃으로 있어야 사이 좋게 지낸다.

유사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뇌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사랑을 지속하기도 쉽겠지만,

이질적인 사람끼리 결혼하면, 뇌가 차갑게 식고, 사랑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사랑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먼 곳에는 다른 사람이 가까운 곳에는 비슷한 사람이 있다.

진정한 사랑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이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다.

유사성을 강조해야 누군가를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 적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공감대가 바로 유사성이다.


인간의 심리는 차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인간은 유사성에 반응한다.

모든 심리의 근본에 유사성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면,

세상 사는 것이 좀 쉬워질 것이다.


여러분과 같이 올바른 사람들이 유사성의 심리를 이해하고, 사용하길 바란다.

제발!


*참고문헌

Rudorf, S., Kuhnen, C. M., & Weber, B. (2014). Risk learning signals predict optimal investment choices. In 12th Annual Meeting, Society for Neuroeconomics, Miami, Florida.


Häusler, A. N., Kuhnen, C. M., Rudorf, S., & Weber, B. (2018). Preferences and beliefs about financial risk taking mediate the association between anterior insula activation and self-reported real-life stock trading. Scientific reports, 8(1), 1-13.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Bret Kavanaugh

작가의 이전글 나를 속이고, 남도 속이는 사람의 뛰어난 인지 능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