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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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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Jul 08. 2020

공부를 놀이처럼 만들고 싶은가? 나와 관련 시켜라!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 의미 부여하기

파티장, 클럽, 응원의 열기가 뜨거운 야구나 농구 경기장, 대중 가수의 콘서트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소음이 많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음이 가득하기에 상대방이 평상시 수준으로 말하는 목소리가 잘 안들리고, 내가 평상시 수준으로 말하는 목소리도 상대방에게 전달이 안 된다. 이럴 때는 평소보다 두세배 정도 큰 목소리를 내어야 하고, 또 상대방의 목소리와 입모양에도 평소의 몇배에 달하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니면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서 빠르게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소음이 심한 곳에 있더라도, 마치 소음이 언제 존재했냐는 듯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때가 있다. 바로 그 누군가가 '내 이름'을 말했을 때이다. 그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누군가 내 이름을 말하기 시작하면 용케 그것이 들린다. 클럽에 가서 두 테이블로 나눠서 앉았는데, 내가 앉은 테이블이 아닌, 다른 테이블에서 나에 대한 뒷담화를 시작하면, 용케 들리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뒷담화를 하다가 딱 걸린 사람들이 '귀도 밝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람의 귀가 특히 밝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내 얘기에 대해서는 귀가 밝다.


이런 일이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일어난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드러낸다. 우리 인간은 나와 관련된 정보에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시스템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와 관련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우리는 나와 관련된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 선명하게 듣고,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더 선명하게 느끼기 위한 자동 조정 시스템이 가동된다[1, 2].


어머니들이 자녀의 졸업 앨범 단체 사진에서 용케, 자기 아들 혹은 딸을 찾아낼 때, 어머니들이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기차역이나, 백화점, 공항에서 용케, 자기 아들 혹은 딸을 찾아낼 때도 바로 이렇게 나와 관련된 정보들에 자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다. 가족은 이 세상에 있는 수 많은 정보들 중 (어쩌면) 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나와 관련된 정보에 자동적으로 관심과 주의가 가는 현상을 가리켜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라 부른다[3, 4].


자기 참조 효과는 인간의 주의를 끄는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그 정보를 선호하게 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좋아한다.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정보가 나와 관련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좋아진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와 관련 없다고 느꼈던 사람이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좋아지고, 고향이 같다는 것을 아는 순간 좋아지고, 같은 혈액형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좋아지고, 같은 달에 생일이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좋아진다. 나와 관련 있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우리 뇌의 자동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다.



그래서 혈연, 지연, 학연을 끊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패밀리 레스토랑 마케팅 담당자들이 나에게 생일 쿠폰을 보내오면, 기분이 좋고, 나를 생각해주는 것 같고 나와 없던 관련성이 생긴 것만 같아서 그 매장을 방문하게 될 확률이 증가한다.


그래서 미용실에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면서 파마 할인 쿠폰을 보내주면, 그 미용실과 내가 밀접한 관련이 생긴 것만 같아서 주의가 가고, 기분이 좋아지고, 그리고 마침내 그 쿠폰을 쓰기 위해 (미용실 돈 벌어주기 위해) 가서 파마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국희(이 글의 저자다)는 '국희' 땅콩샌드를 좋아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아~ 재밌다~ 하고 끝나지 말자!'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잘만 활용하면, 당신 자신을 진보시키는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슨 말이냐고? 나와 관련된 것에 자동으로 주의가 가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잘 활용하면 자기계발이나 공부가 좀 쉬워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라. 어떤 공부가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우리 뇌가 그 공부가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맞다. 우리 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을 좋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와 관련된 것을 공부하면, 주의 집중이 쉬워지고, 재밌어 진다!


당신의 삶을 더 집중도 높은 삶으로 만들고 싶고, 더 재밌는 삶으로 만들고 싶은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재밌는 놀이처럼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공부, 그 일, 그 프로젝트, 그 자기계발이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게 만들어보라!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고, 나에게 주는 가치를 생각해보자.

그러면서 우리 뇌에 계속 이 공부가, 이 일이 나와 굉장한 관련이 있다는 신호를 주라!


처음부터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의미는 내가 부여하는 것(sense-making)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당신의 뇌는 당신의 달라진 태도에 반응하여

주의력과 선호도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1] Cherry, E. C. (1953). Some experiments on the recognition of speech, with one and with two ears. The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25(5), 975-979.


[2] Cherry, C., & Bowles, J. A. (1960). Contribution to a study of the “Cocktail party problem”. The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32(7), 884-884.


[3] Burnkrant, R. E., & Unnava, H. R. (1989). Self-referencing: A strategy for increasing processing of message conten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15(4), 628-638.


[4] Humphreys, G. W., & Sui, J. (2016). Attentional control and the self: the Self-Attention Network (SAN). Cognitive Neuroscience, 7(1-4),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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