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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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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06. 2020

따뜻한 사람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자기계발의 여정, 곧 신뢰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따뜻한 사람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누가 싫어 하겠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할 때, 다양한 의미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또 따뜻한 사람이라는 언어에서 느끼는 것이 각자 다른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따뜻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계를 나눠 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뭔가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사람은 좋은 말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실속 없이 말로만 상대방을 위하는 사람은 위선자 이거나, 아첨꾼이라고 부르지, 따뜻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성경에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야고보서 2장 16절)


따뜻한 사람의 나눔과 베풂은 실속있다. 간지러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 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그런 나눔과 베풂을 한다. 꼭 필요한 그곳에 그 사람의 나눔과 베풂, 즉 그 사람의 온기가 있다. 하는 이렇게 실속있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만 따뜻한 사람으로 보고 싶다.


의도가 아무리 좋았더라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는 사람,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뭔가 떠넘기는 사람, 그러면서 생색내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좋은 의도를 가지고 돕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끼치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와줄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더 키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사람을 따뜻한 사람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동체를 위해 희생만 하고, 희생의 대가는 전혀 없는 일만 계속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 내 자원을 무너뜨리면서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따뜻한 사람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보다 만만한 사람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소위 호구(pushover)라고 불리는 사람 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누고 베푸는 따뜻한 사람은 호구가 아니다. 공동체의 자원을 풍요롭게 한 후, 그 안에서 분명히 자신의 몫을 챙기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의 몫 중 일부를 다시 공동체에 환원하지만, 자신의 삶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시간이라는 자원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사람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낸다. 시간이 없는데, 불편한 마음으로 남을 돕거나, 자신의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는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라기 보다 호구에 가깝다.


우리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생색내는 사람, 의도치 않은 피해를 끼치는 사람, 따뜻함을 빙자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만만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뜻한 사람은 이기적인 이타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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