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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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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03. 2020

안정적인 사람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여러분은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태도나 견해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 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신뢰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사람은 믿음이 안 간다.


늘 화가 나있는 사람이 생각해보라. 뭔가 늘 불만에 가득차 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괜히 나까지 불안해 진다. 이런 사람과 신뢰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적어도는 나는 못할 것 같다. 언제나 흥분 상태인 사람도 과찬가지다. 즐거워 보이긴 하는데, 그 즐거움이 다소 과도하게 생각된다. 희열을 느끼면서, 눈이 빨갛게 충열되어 있다. 짜릿하다, 황홀하다, 환상적이다라는 말이 늘 입에 붙어 있다. 이런 사람은 왠지 모르게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심지어 이런 사람은 좀 무섭다.


나는 차분한 사람, 평온해 보이는 사람,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담담하게 문제를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당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좋다. 이런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때때로 우울하지만, 또 걱정도 하지만, 탄력성 있게 금방 회복하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좋고, 믿음이 간다. 삶에 만족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 감사한다고 말하는 사람, 자신의 성취에 대해 겸손하지만 분명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좋고, 이런 사람들을 신뢰한다.


태도나 견해의 불안정성은 정서적 불안정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금방 좋았다가, 금방 싫어지고, 귀가 얇아서 누가 뭔가 속닥속닥 거리면, 그것을 기준으로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믿기 어렵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 약간의 양극성 장애 경향을 보이는 사람도 태도나 견해가 이랬다 저랬다 하기 마련이다. 조금 혼났다고, 침울해져 있다가, 칭찬 한 번에 흥분한다. 아침에 한 이야기를 저녁에 뒤집에 버리고, 오늘 한 이야기를 내일 뒤집는 불안정한 사람과 같은 팀에서 일하고 싶은가?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은 내 동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반면 태노나 견해가 안정적인 사람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묵하게 있다가 한 마디 하는데, 그 한 마디가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다. 아주 묵직하다. 이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조직 구성원들이 혼란스럽지 않다. 리더의 견해와 방향이 분명하기에 조직 구성원들은 리더가 이랬다 저랬다 할까봐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이야기 하고, 자신이 일관성 있게 견지하던 주장이 잘못되었을 경우,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한다. 가식이 없고, 허세가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 그리고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야 정서적으로 안정적될 뿐 아니라, 태도나 견해가 일관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주장을 해보려 한다. 이 주장은 신뢰 있는 사람의 첫 번째 특성으로 언급했던 유능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


"유능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태도와 견해가 일관적인 사람이 된다."


이것이 바로 나의 주장이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배움의 과정에 자신을 통제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기통제의 훈련은 우리 뇌를 일희일비하지 않는 뇌로 단련시킨다. 여러분은 어떨 때 공부가 잘 되는가? 화가 났을 때인가? 흥분 상태일 때인가? 아닐 것이다. 그저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 그 상태에서 공부가 가잘 잘 된다. 뭔가 집중을 해야 한다면, 바로 그런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유능함을 갖추는 위한 훈련이 바로 이렇게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훈련을 겸하고 있다.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인간은 자신 만의 철학이 생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생기고,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생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철들었다'고 표현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철이 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했다는 것은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내 성격은 어떤 성격인지, 나는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사람인지, 내가 갖추고 있는 지식은 어디에 쓰는 지식인지 등에 대한 지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 다른 말로 자기정의(self-definition)가 뚜렷한 사람에게 일관성 있는 태도, 자세, 견해가 나타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견해에 일관성도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반면,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부지런히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였고, 그에 따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견해에도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가끔 공부를 많이하면, 머리만 커지고, 교만해진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죄송하지만, 공부를 많이하면 겸손해지고, 성격이 좋아지고, 의사소통도 잘 되는 사람이 된다. 교만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은 공부를 적게 한 사람이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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