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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ind Craft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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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Apr 08. 2020

지식, 기억, 그리고 정체성

당신의 기억이 당신이다

지식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고. 배운다는 것은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보거나, 관찰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보통 학습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대상 혹은 사건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가졌다면, 그것이 지식이다.


우리는 어떤 과업을 직접 수행할 때도 뭔가를 배운다. 여행지에 현지 사람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고, 어떤 과제를 하면서 그 과제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깨닫기도 한다. 문제를 눈으로 보기만 할 때는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문제에 가까이 가서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보는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명확한 인식과 이해, 즉 지식을 얻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럼 인간은 이러한 지식을 어떻게 형태로 소유하고 있을까? 지식이 어떻게 저장되어 있길래, 필요에 따라 지식을 사용하고, 때로는 변형하고, 심지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연구하는 분야, 즉 인지심리학이라는 분야에서 지식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지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환경에 존재하는 정보들에 대한 체계화된 기억"이라고. 마지막 부분이 특히 중요한데, '체계화된 기억'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지식이다. 한 단어로 압축할 수도 있겠다. 뭘까? 맞다. 기억(Memory)이다. 당신이 그 동안 지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다 알긴 어렵다. 또 사전적 정의를 알고 계셨는지 아닌지도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제 지식하면, 한 단어만 대응시키자. 바로 기억이다.



지식이 기억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곧 당신 자신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자기 소개를 한다면,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표현하면서 당신은 어떤 것을 근거로 삼았는가? 그렇다. 결국 당신의 기억에 의존한다. 당신이 자신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가 곧 당신에 대한 지식이고, 이것을 체계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이 자기소개 혹은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자기 소개가 기억에 의존한다는 것은 더 중요한 사실을 내포한다. 당신의 기억이 곧 당신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정체성이 확실한가?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자신에 대한 기억이 체계화되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체계화된 기억, 즉 자신에 대한 지식,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 영어로는 셀프-데피니션(self-definition)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기억에 체계화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떨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내가 그 동안 어떤 지식들을 습득했으며, 어디다 쓸 수 있는 지식인지가 정리정돈 되어 있지 않고, 내가 잘하는 것들에 대해 정리되어 있지 않고, 나의 성격과 선호에 대한 기억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면? 당신은 정체성이 불확실할 것이다. 자기 소개를 명확하게 할 수 없다. 이처럼 '내가 누구인가(Who am I)'라는 간단한 질문조차 기억에 의존한다. 당신의 정체성에 대한 지식이 명확한지 아닌지는 바로 당신에 대한 기억들을 체계화시켜서 지식으로 만들었느냐에 달려있다.


"여러분이 그 동안 체계화시켜 둔 기억들의 집합, 이것이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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