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지식: 감(sense) 잡힐 때까지 반복하라
사람들은 (두발)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그날을 기억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뒤에서 아빠, 엄마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 주면서, 시도하고, 또 하고, 또 하고 …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균형을 잡고 타게 되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빠 엄마가 잡아 준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한 번 감을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자유자재다. 또 그렇게 균형을 잡는 게 결코 어렵지 않다. 여기에 더해 한 번 잡은 감(센스, sense)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술이 완성된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별다른 워밍업을 하지 않아도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면서 딴생각도 할 수 있고, 경치도 구경할 수 있고, 온라인 지도를 보면서 다음에 경로로 움직여야 할지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고,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게 된다. 자전거 타는 것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위 '몸이 기억한다'라고 말하는 지식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것을 해야겠다고, 그것을 하고 있다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의식하는 순간 동작이 어색해지고 부정확해지는 일도 있다.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그 동작을 가장 깔끔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럼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몸의 기억'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개인적으로 조금 멋있어 보이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 바로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이다. 말 그대로다. 우리 몸이 수행해야 하는 어떤 절차에 대한 지식들, 올바른 절차 혹은 이상적인 절차를 상상하고,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 이것이 바로 절차적 지식이자, 몸이 기억하는 지식이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서태웅이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중학교 농구 무대의 제왕으로 고등학교 1학년에 된 스타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태웅을 가리켜, 농구 센스를 타고난 천재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같이 드리블 연습, 수비가 붙기 전에 한 탬포 빠르게 슛을 하는 연습, 3점 슛 연습, 골밑 슛 연습을 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악착같은 반복을 통해 그 센스를, 즉 그 농구감을 극대화시킨다.
《슬램덩크》에는 서태웅과 관련된 명대사가 있다. 서태웅이 농구 경기 중에 상대편의 고의적인 반칙으로 눈 부상을 당했을 때다. 그리고 서태웅은 눈이 부어오르는 상황에서 자유투를 던지게 된다. 관중들, 동료들, 다른 팀 선수들 모두 서태웅이 실패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직 서태웅 본인만은 다르다. 서태웅은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부어오르는 눈뿐 아니라, 잘 보이는 눈까지 감고서 자유투를 던진다. 그리고 자기 자신 빼고는 모두가 실패하리라고 예상한 그 자유투를 성공시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서태웅은 눈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수비를 등지고 하는 점프슛도 성공시킨다. 바로 이때 농구 초보이자, 팀 동료이자, 이 만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강백호가 서태웅을 쳐다본다. 마치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이다. 그때 서태웅이 말한다.
"(서태웅의 마음속 대사: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눈 감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서태웅이 눈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키고, 점프슛을 성공시킨 과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런 질문은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어떻게 점프 기술을 성공시켰는지 묻는 것과 같고, 배구 여제 김연경(식빵 언니)에게 어떻게 중심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도 공격을 성공시켰는지 묻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기자들 중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있다. 그리고 스타 선수들은 이런 '이상한' 질문에 아주 전형적인 패턴으로 답한다. '그냥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내 몸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는 대답 말이다.
완성시키고 싶은 기술이 있는가? 완성시키고 싶은 좋은 습관이 있는가?
그렇다면, 반복하라. 연습하라. 훈련하라. 그래서 몸이 그것을 기억하게 하라.
반복은 기술을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