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Jan 27. 2021

좋은 스승에게 보고 배우기

좋은 스승을 관찰하고, 모방하라, 좋은 스승에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라

무협지를 보다 보면, 늘 공통점이 있다. 무공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일단 그 무공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구결을 보여준다. 그 무공이 어떤 느낌인지를 써놓은 말이라고 할까. '커다란 낙엽 위에 올라타고 움직인다고 생각해라'같은 일종의 비유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그 무공을 완전히 익혔을 때에야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사부의 시범을 관찰하고, 이 구결의 뜻을 생각하면서 그 시범을 모방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히 흘러 사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모방이 가능해지면, 그때 돼서야 '커다란 낙엽 위에 올라타고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사실 이 세상에는 무협지에서 무공을 익히는 것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볼링 치는 법, 스키 타는 법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일정 부분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것으로 볼링 치는 법과 스키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없다. 말로 설명된 볼링 치는 법과 스키 타는 법, 보드 타는 법은 일종의 무공 구결과 같은 것이다. 이 무공 구결을 깨닫기 위해서는 이것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시점을 관찰하고, 그것을 모방해야 한다. 그것도 한두 번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될 때까지 관찰하고, 관찰에 놓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고, 그리고 모방해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하는 방법을 말로 배울 수 있을까? 이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도 일종의 무공 구결이다. 심폐소생술도 이것을 이미 깨달은 자의 시범을 관찰하고, 모방해야 한다. 심지어 자신의 관찰과 모방이 적절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모방을 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관찰, 모방, 피드백, 수정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게도 깨달음이 찾아오고, 이제는 몸이 기억해서 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내가 관찰한 그 사람이 깨달음을 얻은 자가 아니라면?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쉽게도 이것을 보고 배우는 사람도 잘못된 지식을 가지거나,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선생님이 처음에 잘못된 동작을 가르치거나, 나쁜 습관을 가르치면 몸이 그것을 기억하게 되고, 한 번 자리 잡은 나쁜 습관은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선생님이 깨달음이 없어, 제자의 나쁜 습관을 초기에 잡아내서 정정해 놓지 못하면, 그 제자는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더 이상 높은 경지에 올라갈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피아노도 마찬가지고, 바이올린도 마찬가지다. 기본기를 다지는 단계에서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는데, 이것이 되려면 선생님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야 한다.


무협지의 세계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기연을 만난다고 부른다. 막힌 부분을 뻥하고 뚫어주는 인물이다. 속세와 관계없이 살아가는 은거 고수들이거나, 무협지 세계관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다. 군더더기가 무엇이고,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공으로 막힌 혈맥을 뚫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연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다만 가능성을 높여 나갈 순 있다. 기연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쉽게 말해 사전 지식이 충분해야 하고, 연습이 충분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스승을 찾으러 다니면서,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가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에 학교는 가서 뭐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은 카메라에 잡힌 모습만 보여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즉 전체적인 관찰이 아니다. 카메라라는 틀에 갇힌 모습을 관찰하고 모방해 봐야 늘 정보가 불완전하다. 인간은 오프라인으로 스승을 찾아야 하고, 그 스승을 관찰하고 배워야 한다. 학교는 바로 관찰과 모방의 장이다.


학교에서 관찰과 모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사설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것을 관찰과 모방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본인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부모 잘 만나서 학원과 과외를 충분히 받는다고 해도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물론 선생님이라는 것 롤 모델이라는 것과 직업상의 교사나 교수, 강사는 전혀 다르다. 직업적으로 교사, 교수, 강사에게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고 배울 만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때는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보고 배울 만한 사람을 찾아보시라. 형제자매도 좋고, 같은 동네에 사는 형, 누나, 언니, 동생도 좋다. 보고 배울 만한 스승이 꼭 한 명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에게 뭔가 깨달음을 준다면, 그들은 모두 스승이다.


더 좋은 것은 좋은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팀(집단)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다. 당연히 그런 팀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훌륭한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팀에 들어가기 위해 최소 자격 요건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어가기만 하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그 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훌륭하고 좋은 팀의 삶 자체가 당신의 것이 되고, 당신 역시 훌륭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전 16화 훌륭한 연출의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