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지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다. 여행을 다녀와서 글로 정리하다 보면 항상 '무엇 무엇이 좋다'라는 말로 도배가 된다. 좋았던 것만 쓰려한 것도 아닌데도, 좋은 것들로 가득 차 버린다. 싫었던 일도 기록해두려고 노력하는데도, 싫었던 일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은 일의 비중이 크다. 나는 많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좋다.'는 말은 식상하다. 그래서 좋다는 말 대신 다른 표현을 쓰려고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좋다.'였다. 이 말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좋다.'를 대신할 말은 없다. '좋음'으로 가득한 내 마음을 그대로 글로 담아두고 싶다.
여행을 떠나면 내 마음이 관대해지는 것일까? 확실히 여행에서는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낯선 곳에 가면 불안하거나 긴장이 될 법도 한데, 나는 대체로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오히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온갖 불안과 걱정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무언가를 빼먹진 않았을지, 박지에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가는 길을 못 찾으면 어떡하지. 계획대로 되는 여행은 없음에도 그렇게 무언가가 엇나갈까 봐 걱정하며 마음을 졸인다. 그러다 여행을 시작하면 그러한 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내 몸을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행 전의 걱정하던 내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될 대로 되라는 태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좋은 것이 많아지는 걸까?
우리는 고생이 좋다. 여행은 번거롭고 힘들지만, 우리는 그 고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순간순간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되었을 때 억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들도 지나가면 다 추억이 된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순간에도 이 고생이 추억이 된 날을 떠올리게 된다. 여행은 고생이다. 그러니 여행하는 동안은 모든 게 좋을 수밖에. 고생을 좋아하는 우리니까 말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글로 정리할 때는 항상 솔직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두가 너무 좋았어서 어떨 때는 솔직하게 쓴 나의 마음일 뿐인데도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다 좋을 순 없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나는 여행이 체질인 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기 전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불안함은 여행을 출발하면 씻은 듯이 사라지기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여행은 우리에게 고생스럽고 번거롭지만,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여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