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을 남기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운전석 쪽 맨 끝에서 두 번째에서 세 번째가 늘 내 고정석이다. 등교하는 다른 학교 학생들이 내리고, 우리 학교에 가까이 올 때면 나만 남거나 자주 타시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만 있는 경우가 많다. 한없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며, 좋은 음악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우즈의 drowning을 반복해서 들었다. 가사는 너무 슬픈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리듬은 왠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어쩌면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가 하마터면 버스에서 따라 부를 뻔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푸시킨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이 내 마음을 조절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너무 쉬울 때가 있고, 어떤 날은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에서 오랜만에 푸시킨의 시를 보았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어쩌면 이 시는 우리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정도를 원에 비유한다면, 아마 이 시는 타인을 향한 원의 반지름이 가장 긴 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지름의 끝에서 원을 그렸을 때, 원 밖에서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도록 씌여진 시인 것 같다.
오늘, 유난히 하늘은 맑고 예뻤다. 오른쪽 다리오금은 어제 3시간 등산으로 인해 조금 뻐근한 느낌이 있었고, 오른쪽 손가락은 아침에 조금 부었다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예쁜 하늘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의 질병의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차도가 있음에 감사했다. 자가면역질환은 마음을 많이 지치게 하지만, 내 마음의 주인은 나여서 지친 나를 위로하면서 가다 보면 좋은 감정이 들 때도 있다. 산다는 것은, 완벽한 순간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산속에 들어가 걷다 보니, 계곡물로 인해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들의 마음으로 쌓아 올려진 크고 작은 돌탑들을 보면서 이러한 간절함으로 세상이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찾은 사람들은 서로의 간절함을 지켜주기 위해 작은 돌탑이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었다. 나 또한 그랬다. 우리 모두의 삶은 간절함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좀 더 행복하게 지내는 일이 때로는 쉽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센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돌탑들을 보면서 간절함 앞에 거센 운명도 뒤돌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6월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인지 경제성 원리로 익숙한 것들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다음 주엔 1년에 한 번씩 받는 갑상선 검진이 있고, 날짜에 맞춰서 류마티스 약도 처방받으러 간다. 당일에 피를 7통 정도를 뽑아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삶을 지나가는 하나의 조각들이라고 생각해야겠다. 하나의 일들에 지나친 감정 부여를 하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태어난 김에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만끽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푸시킨의 시처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다 보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6월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