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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날카로움

문득 찾아오는 류마티스의 낯선 통증

by 이생

2주 전 갑상선과 류마티스 검진을 다녀왔다. 갑상선은 1년에 한 번 초음파 검사와 피검사를 한다. 그리고 1년 치의 약을 타온다. 88마이크로 그램, 한 알을 일어나자마자 빈속에 먹는다. 갑상선암 수술을 한 지 벌써 10년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초음파를 할 때면 늘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행히 피검사와 초음파상 문제는 없어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 후에 약을 처방받았다. 마음속에서 하나의 긴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류마티스 내과로 향했다. 다행히 피검사 수치는 정상이었고, 손가락 부기도 선생님이 보시기에 많이 가라앉아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선생님은 매치론정 2mg을 조금 줄여보자고 하셨다. 하루는 2mg, 다음 날은 1mg, 이런 식으로 복용하라고 하셨다.

"스테로이드제는 몸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서서히 줄여야 해."

이번 선생님의 진료 핵심은 이 말씀이었다.

mtx6알, 신일폴산정, 타크로스캡슐, 세레브이캡슐, 라페졸정은 전과 동일하게 처방해 주셨다. 이 약들은 매치론정을 완전히 줄이기 전까지는 지속되어야 하는 약들인 것 같다. 다행히 턱관절 통증은 사라졌고, 오른쪽 다리오금은 아주 오래 앉아 있을 경우에 가끔씩만 뻐근했다.


그런데 매치론정을 2mg에서 이틀에 한 번 1mg으로 줄여서인지, 아니면 지속된 장마 때문이었는지 아주 낯선 통증이 하루 찾아왔었다.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데 이상하게 오른쪽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관절 부위가 기분 나쁘게 아팠다. 지속적인 통증은 아니었지만 마치 오른쪽 관절 안쪽에 칼날이 숨겨져 있어서 그 부위를 걸을 때마다 찌릿하게 자극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통증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걷느라 통증을 내색할 수 없었고, 그 통증의 원인을 마음속으로 곰곰이 생각하면서도 그 통증을 견디며 체험 활동을 마쳤다.


다행히 그 통증은 다음 날 두 번 정도 찾아왔다가 사라졌다.


사실 다시 류마티스 염증이 내 삶을 엄습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스테로이드제를 끊은 것이 아니라 양을 줄이면서 조절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잘 관찰하면 괜찮으리라 나를 설득했다. 스테로이드제로 인해 아는 선생님은 고관절 괴사가 와서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시고, 예전에 아는 분은 지금 70세 정도 되시는데, 5년 전에 류마티스를 진단받으셨는데, 관절에 좋다는 약을 두 박스를 드셨는데 그 약 때문인지 류마티스 약 때문인지 신장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하셨다.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나로선 미리 예고된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말하면, '그 병은 완치가 없잖아.'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러면 나는 이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사실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통증의 날카로움 때문에 굉장히 괴로운 질병이다. 아마 스테로이드제가 아니라면 그 통증은 아마 나의 존재를 집어삼켰을 것이다. 그 통증의 날카로움으로 어쩌면 내 삶을 내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는 그 독성만큼 류마티스의 통증을 신기하게 진정시켜 주었다. 그 강력한 효과만큼 부작용도 심각해 언제까지 쓸 수 없는 것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염증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 어제보다 오늘의 염증이 덜 발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해진 특식은 없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채소와 좋지 않은 지방질을 제한한다. 그리고 소식과 무리하지 않은 운동과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모두가 말한다고 진실은 아니다.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류마티스는 지독한 병이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완치가 불가능한 병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의 정확한 통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 또한 그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모두가 말한다고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오늘도 역시 맨발걷기를 했고, 왕쑥뜸을 뜰 것이다. 영양제는 필요할 때만 가끔씩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저녁이면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걷다가 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조금씩 뛰어도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뛰고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 중, 이미 건강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자신의 레이스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 우리 삶을 지켜내는 힘이 아닐까 한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비는 필요한 만큼만 내려주는 법이 없고, 개구리들은 울어대며, 이상하리만큼 세상은 비슷한 계절을 보여주지만 삶은 여전히 불안하고 힘든 법이다. 그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찾아보라는 듯이. 창밖에서는 여전히 강아지풀들이 유년 시절의 풍경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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