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씬지록신과 유산균을 먹는 것으로 아침은 시작된다. 사실 두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가서 맨발걷기를 한다. 이상하게 흙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나의 불안이 내 마음을 점령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5시 50분에서 6시 50분까지 맨발걷기를 하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 곧 출근 시간이다.
버스에서 창가로 보이는 풍경들을 바라본다. 바쁘게 공사를 하는 분들,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 활기차게 걸어가는 모습들, 그리고 물이 가득한 논이며, 짙푸른 초록들. 개구리가 우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요즘은 다시 급식을 시작했다. 여름철이라 도시락을 싸오면서 음식이 변질될 수 있고, 무엇보다 한동안 마음이 무거워서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다행히 급식을 바로 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일만으로도 훨씬 심리적으로 가벼워졌다.
산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과 타인이 소유한 것 사이에서 소통하는 일이라는 생각했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면 혼자 있는 시간도 좋지만, 나를 편안하게 받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선배 교사들과 저녁 식사도 함께 하고, 차도 마시면서 불안한 마음을 많이 떨쳐버렸다. 참 감사한 분들이다. 소통하다 보면, 나의 고민이 단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내 삶을 짓누르는 것에 얽매여 삶을 어둡게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운명에게 빌려온 것이므로
우리의 허락이나 아무런 통지 없이
운명이 언제든 회수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세네카 -
오늘 아침 출근해서 운동장을 돌면서 들었던 명상의 내용이다. 처음부터 나 자신말고는 내 것은 없었다.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살면서 상처받고 속상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나는 그저 잠시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머물다 가기 위해서 태어났을 뿐이다. 가끔 이렇듯 당연한 이치를 잊어버리고, 생각이 만들어낸 허영으로 가득 찬 탑 안에 나 스스로를 가둔 채 힘들게 채찍질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이미 너무나 많이 가진 것들 속에서 뭘 그리 애쓰면서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새소리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동안 불편한 마음에 책을 자주 읽지 못했다. 물론 학기말 일정이라 바쁜 것도 있었지만, 책을 펼치면 상념이 떠올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다시 책을 열심히 읽어보려고 한다. 오늘 작년에 졸업한 학생이 긴 문자를 보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책 읽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생 읽어도 되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고 했다. 그 아이가 읽지 못하는 만큼 내가 더 많이 읽어 내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책을 읽어간다는 것은, 세상이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고 활자 위에서 눈을 마음으로 담아내는 일. 즉, 독서는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켜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하고, 의미 있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준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공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모든 일들을 할 때 언제나 책이 함께 있었다.
- <청춘의 독서>, 유시민 -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는 다양한 작품을 작가의 관점을 통해 재해석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생각이 나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은 챙겨서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한다.
삶을 더 많이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해내면서 살아야겠다. 둘러보면 세상엔 너무 귀여운 것들 투성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오늘 밤도 개구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