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무서우리만치 정직한 거울입니다.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요.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보며 느끼는 감정, 그게 곧 당신의 삶의 질입니다. 카드값을 확인하며 ‘나는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삶입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자주,
생각보다 무심하게.
뭘 샀는지도, 왜 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지출들로 카드 명세서가 채워지고, 쓰지 않는 물건들이 집 안 어딘가가 채워진다는 겁니다. (물건을 쌓으려 한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쌓였다고 주장하는 데는 도가 텄습니다.)
그래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딱 10초만 명상해 보기로 했습니다. 생각이 아니라 명상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짧지만 깊은 사유를 하기 위함입니다.
10초 동안 떠올려 봅니다.
‘이건 지금 내 삶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물건일까?’ (‘사고 싶다’는 마음엔 늘 ‘필요하다’는 말이 깔려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마음 앞에 ‘자격’이라는 작은 장벽을 하나 더 세워둡니다.)
‘10년 후에도 지금의 소비에 만족할 것인가?’
(지금 좋아서 사는 건지, 오래 써도 좋을 것 같아서 사는 건지, 그 둘은 다르니까요.)
그 후에도 여전히 사고 싶다면, 정말 필요한 것이거나, 혹은 마음의 허기를 솔직히 인정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실 이쯤 되면 지갑이 아니라 ‘자기 인식’이 열리는 셈입니다. 그렇게 사는 물건은 이상하게도 오래 쓰게 됩니다. 오래 망설였던 건 오래 곁에 남더군요.
결국,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닙니다. 그건 일종의 자기표현이며, 자기 해석의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통제된 소비만을 꿈꾸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그러니 사고 싶을 때마다, 단 10초. 가벼운 명상처럼 멈추어 봅시다. 그 짧은 멈춤이 당신을 ‘그냥 사는 사람’에서 ‘생각하며 사는 사람’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카드 명세서를 넘기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번 달, 제법 나답게 소비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돈은 사라져도, 그 문장은 남으니까요.
명세서가 두렵지 않은 날이 온다면, 그건 인생에서 꽤 괜찮은 진전을 이룬 겁니다.
– 소비라는 작은 결정을 통해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