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까망 베르 치즈
까망이와 치즈는 없고, 베르만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베르는 인사 하면
초록색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면서
높은 책장 위로 풀썩 올랐다
나는 까망이도 치즈도 돼 줄 수 없어서
베르의 초록 눈만 좇았다
베르의 초록 눈은
초록 물감으로는 그릴 수 없고
꼭 노랑과 파랑을 섞어 만들어야 한다
내가 속으로
까망, 한 다음
베르야, 말하고
베르, 와 야, 사이에 치즈를 속으로 또
말하는 것이 자꾸 미안하다
나랑 동생 사이, 꼭 그 사이에서 잠드는 걸 보면
너는 여전히 까망이와 치즈 사이에 있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데
초록 눈동자만 천천히 끔뻑,
그 안에 고개를 갸웃하는 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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