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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Nov 01. 2020

시각장애인의 습관과 마음가짐

10개의 Tip

글을 읽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제가 시어머니와 원고를 주고받기 위한 목적으로 녹음했던 음성 파일을 첨부합니다.




아래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어머님이 작성하신 팁으로, 일부 문장을 수정했지만 최대한 원문을 살렸다.



38년간 남편은 나의 숨은 조력자요, 나만의 주치의였다. 내가 망막색소변성증 판명을 받을 때부터 의학논문을 읽으면서 나에게 시력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주었다. 평범하지만 지속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습관과 마음가짐을 적어 본다.


1. 나는 성향이 예민하여 화를 잘 내는 편이었는데, 남편은 그걸 다 들어주었고 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그 덤덤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서, 화가 났던 일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캄캄하던 눈 앞이 많이 안정되었다. 이걸 자꾸 반복하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걱정할 일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2. 불면증에 종종 시달릴 때는 곧 지나가겠거니 생각하며, 새벽에 할 일을 만들어 둔다. 나는 새벽에 깨면 기도를 드린다. 새벽에 부스럭거려도 남편은 그런가 보다 하고 내버려 둔다. 며칠 못 자면 그다음에는 아주 푹 자고 일어나는 편이다.


3. 행동반경이 좁다 보니 변비가 온다. 의사 선생님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권유하신다.(나는 커피가 좋은데.) 그리고 움직임이 적으니 근육량이 감소하여 산보를 권하셨다.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집 주변을 한 시간 이내로 걷는다. 나는 운동선수나 신체 건강한 사람이 아니니 빨리 걷는 건 딱 질색이다. 그래도 꾸준히 걷고 저녁에는 변비를 예방하는 마그밀 한 개를 먹는다.


4. 햇빛이 강한 날 외출할 때는 꼭 선글라스를 낀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날이면 눈이 부시고 아파서 밤에 고생한다. 평소 안구건조증도 있고 눈곱도 꽤 생긴다. 그럴 때는 따뜻한 물에 비누로 눈 주위를 씻는다. 그러면 지방이 눈물샘을 막는 것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5. 식사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다. 상추는 씻어 먹고 오이는 씻고 잘라먹는다. 복잡하게 볶고, 지지고, 튀기고, 부치지 않으니 소금과 지방의 영향을 덜 받는다. 식재료 원래의 맛을 즐길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 고기와 생선, 두부도 번갈아 섭취하는데, 살짝 찌거나 구워서 가장 편한 조리법으로 만든다.


6. 오메가 3, 비타민C, 프로폴리스, 강황, 센트럼 등 항산화제를 먹는다. 전에는 밀가루 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하고 돌아오면 입안의 점막이 다 벗겨지고 입술 주변에 하얀 막이 생겨 다 벗겨지곤 했다. 누군가 강황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만든 특제 주스에 한 5g 정도를 첨가해봤는데 신기하게도 그다음부터는 입 점막이 벗겨 흘러내리지 않는다.

남편이 만드는 특제 주스는 몇 가지가 있다. 둘째가 고3 때 허약한 체질을 보여 고안한 것도 있었다. 수삼+파인애플+꿀+우유로 만든 이 주스는 아이의 수험생활을 도와주었다. 수삼은 우리나라 대표 강장제이며, 파인애플은 열대지역 사람들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 즐겨 찾는다는 말에 착안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대장내시경 검사 후 남편이 만들어준 것이다. 마+바나나+요구르트+강황의 조합이나 사과+당근+비트+요구르트+강황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어디에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잔병치레가 별로 없어진 것 같다. 아침마다 정성껏 만들어주니 군소리 없이 감사하며 먹고 있다.


7. 매끼 식사 후에 호두 반개, 잣 5알 정도 먹는다.   


8.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 루틴으로 기도와 찬송을 하고 성경을 읽는다. 이 규칙적인 활동이 나의 내적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채워준다.


9. 계속 넘어지고 부딪쳐서 실내에서는 꼭 슬리퍼를 신어 발을 보호한다. 냉장고를 열 때 뭔가 떨어지면 곧장 내 발등에 떨어지므로 항상 조심한다.

두 번째 골절을 당했을 때 집에서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급히 받으러 가다가 청소기를 차게 되었다. 그 때문에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이 부러졌었다. 서두르는 건 금물이다. 이 경험으로 서두르는 일은 정말 조심하게 되었다. 특히 건널목에서 절대 서두르거나 뛰지 않는다.


10. 내가 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앞이 아주 부분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가 본 것을 말하면 그건 99% 엉뚱한 이야기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내게 도움을 베풀어 주려고 하면 자존심 세우지 않고 감사히 받는다. 내 눈은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이는 경향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결정을 믿어준다. 도움을 감사히 받고 내 마음을 감사와 만족으로 채우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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