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예산 활용
독서 동아리에 참여한다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대전제 위에 어떤 색을 칠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무지개 색깔 중 모임의 특성에 따라 골라지겠지만 그중에는 예상하지 못한 여덟 번째 색깔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읽고 쓰거나, 읽고 말하거나, 읽고 그리거나, 읽고 보는 등 각양각색의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 독서 동아리의 특색이다.
책 읽기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덕분에 풀뿌리 동아리들이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들이 꽤 있다. 다만 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살피는 품을 팔아야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지자체 홈페이지나 국공립 도서관 혹은 여러 문화재단에서 이벤트나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두런두런 다락방(이하 두두방)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과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소리지도 만들기에 참여했었다. 그 밖에도 읽기에서 출발하는 다채로운 시청각 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부 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만 소개하자면 그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특히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은 책 읽기가 단지 글자를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설에서 뮤지컬로, 시에서 시화전으로, 저널에서 영화로, 에세이에서 자연으로 뻗어가는 활동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과 같았다. 기존에 리뷰 모음을 문집 형식으로 자체 발간할 때도 좋았지만 재단과 함께 진행하면서는 읽기를 중심으로 예술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 수 있었으며 전국 독서 동아리의 근황과 트렌드도 알 수 있었다. 두두방과 비슷한 동아리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입장에 따라 서로에게 조언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사업이다.
우리끼리 진행하는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신입 회원을 모집하며 주위를 환기하지만 그것이 교실의 창문을 여는 효과라면 외부 교류 이벤트는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큰 변화다. 두두방은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에서 꽤 든든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우쭐하기도 했지만 토론 위주의 프로그램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를 동아리의 특색으로 삼고 있지만 가끔 분위기를 점검할 필요성도 느꼈다. 계절이 바뀌면 대청소를 하듯이 말이다. 그래야 우리가 가진 황금 알을 더 잘 볼 수 있을 테니까.
전국에 있는 독서 동아리를 살펴보니 글 읽기에 국한된 곳은 별로 없었다. 읽기라는 출발점은 같지만 쓰기, 여행하기, 그리기, 만들기, 전하기, 노래하기, 보고 듣고 느끼는 것까지 정말 다양한 목적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각자의 황금알을 자랑하며, 우와~ 감탄도 했고, 그중에 우리 것이 최고라는 자부심도 가졌다. 그러므로 독서 동아리들의 만남은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