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장소
지난 3년간 슬그머니 사라진 독서모임이 얼마나 될까?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두 개니까 아마도 꽤 많은 모임이 함께 읽는 것에서 혼자 읽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오프라인 모임을 하던 모임에서 온라인으로 적응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었을 때에는 4명이서 모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우리도 모임을 할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었고 아마도 그 고비를 넘기지 못 했더라면 지금 두두방은 없을지도 모른다.
두두방은 도서관 동아리실을 사용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서관 문을 닫았을 때에는 주변 카페를 이용하거나 회원의 집에서 모이기도 했다. 방역이 제일 강조되던 때에는 ZOOM으로 진행하며 토론을 이어왔다. 현재는 다시 동아리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이용 수칙을 준수해야만 가능하다. 적정 인원을 채워야 하며, 이용료도 있고, 사용 시간에 대한 약속도 꽤 엄격한 편이라서 조금 까다롭다고 여길 수 있으나 십수 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적응이 되어서 어렵지는 않다.
카페 혹은 작은 책방에서 진행되는 독서모임의 경우는 공간의 분리가 관건이다. 룸으로 문을 닫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파티션으로 공간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상업 시설을 이용하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오물오물 꿀꺽꿀꺽 입을 달래 가며 토론을 하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고 친숙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미각이 즐거우면 자연스레 너그러워지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인데 요즘은 ZOOM 말고도 다른 화상회의 플랫폼이 있어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음성이나 화면 공유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고 온라인 모임의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따지지 않으며 태평양을 건너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다만 유대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 한계가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요즘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의 공지를 보면 장소를 설명하는 칸에 물리적 공간 말고 ZOOM이라고 쓰여 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온라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따라서 독서모임을 하는 데 있어 온 또는 오프가 선택 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낫겠다.
두런두런 다락방 회원들의 경우에는 취향의 차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모두 경험한 우리로서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토론도 마찬가지더라!" 라면서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입장부터 문을 닫고 나가는 퇴장까지 함께 하는 물리적 공간을 모임의 필수 요소로 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