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방 자랑
오리아나 팔라치는 이탈리아 언론인으로서 세계 유수 권력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사건부 기자로 시작해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영역을 넓혔으며, 유명인들에게는 공격적인 인터뷰로 그들의 민낯을 까발려 대중의 속을 시원하게 했고, 정치 거물들에게는 날카롭고 도전적인 질문으로 사회 문제의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목숨이 위태로웠을 순간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권력자에게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인터뷰어 오리아나 팔라치는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닮고 싶은 인물이기에 나는 미칼라나 팔라치가 되려고 한다.
독서 모임 회원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나섰더니 다들 좋아라 하셨다. 나는 언제 하냐고 묻는 분도 계셨고 대답을 연습하겠다고 질문을 먼저 알려달라고도 하셨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건 이름이 왜 미칼라나 팔라치냐는 것이었다. 우리 독서모임에 파헤칠 진실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공격적인 이름으로 지었냐는 뜻이었다.
파헤칠 진실은 많았다. 특히 독서모임에 참여한 이유가 각자 다르면서도 묘하게 겹쳐 있었다. 여유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싶거나 / 함께 읽고 싶거나 / 의무적으로 읽고 싶거나 / 우연히 들렀다가 공고를 보았다거나 /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등의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모두 책으로 수렴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물론 토론 시간에 사적인 배경이 자연스레 거론되기도 하지만 정식으로 마주 앉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을 받으면 더욱 진솔한 나만의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분은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일 년이 넘어 이 년을 꽉 채우고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라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고 난도가 높은 대화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한 후, 회원들에게는 반드시 이어 갈 것이니 탈퇴도 안 되고 거절도 안 된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모르긴 몰라도 호명되길 기다리는 분이 여럿이다. 아직 나의 깜냥이 그분들의 가치를 담아내기엔 부족하여 PAUSE(일시 정지) 상태에 있지만 곧 동작버튼을 누를 것이다. 한 분 한 분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마음만은 강렬하니 언젠가는 우리 두두방의 자랑을 펼쳐놓으며 우리 이런 모임입니다! 외치고 싶다. 누구부터 인터뷰이가 되실지는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지 또 먹으면 배탈 나~~ 노래를 부르며 뽑기를 할 것이다.
준비되셨나요? 재미로 시작하여 자랑으로 끝나는 그리고 누구나 환영하는 독서모임 두런두런 다락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