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은 6시 30분에 맞췄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건 6시 45분. 이유는 모르겠지만 15분은 그냥 어디론가 사라진다.
호주는 Morning Tea, Recess 시간이 있어서 학생들은 이 시간에 스낵을 먹는다. 우리 집 마스터는 늘 피넛버터와 버터를 바르고 스프링클을 뿌린 샌드위치 빵을 준비한다. 처음엔 점심을 이렇게 간단하게 먹는 게 신기했지만, 호주에서는 점심은 그냥 대충 때우는 개념이더라.
다른 가족들은 주로 볶음김치에 참치마요를 넣은 삼각김밥과 김자반 주먹밥을 싸주는데, 나는 주로 샌드위치, 치킨너겟을 싸준다.
한국에서 준비하면 좋을 아이템
전날 밤 그렇게 일찍 자라고 성화를 냈지만 결국 늦게 자더니 아침에는 전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네가 늦게 자는 걸 선택했으니, 아침에 잠이 와도 일어나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준다는 것.
그래도 K-엄마의 본능을 이길 수 없다. 밥에 김이라도 싸서 먹이고 호주표 영양제를 챙겨주고 학교로 출발한다. 늦게 나가면 공포의 비보호이 힘들어지므로 1분이라도 일찍 나가는 게 목표다.
교실에 들어가는 아이를 배웅하면 드디어 자유시간. "오늘은 뭘 하지?" 고민하다가 영어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가까운 교회에서 하는 무료 영어 교실에 등록했는데, 성경공부를 살짝 곁들이긴 하지만, 종교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단 1초의 빈틈이 없는 영어 리스닝의 공격이 시작된다. 아마 멜버른에 오고 나서 집중해서 영어를 듣는 순간. 그런데 이 수업의 진쨔 재미는 두 명의 유쾌한 중국인 학생 덕분이다. 장난기 넘치는 질문으로 선생님을 당황시키는 게 특기인데, 선생님이 가끔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대부분이 중국인, 몇몇은 이란인, 그리고 한국인은 나 혼자다. 내가 호주에 와서 아마 제일 많이 말한 문장은 Hello 다음에 워쓰 한궈런(나는 한국인이에요) 일 정도다.
공부했으니 점심은 맛있게 먹어야지. 그릿 요거트에 블루베리와 딸기를 넣고 카필라노 꿀을 넣고, 샤워도우를 구워 온갖 유기농 스프레드를 발라 먹는다. 나는 견과류 스프레드를 참 좋아한다. 배를 채웠으니 잠깐 눈을 붙여볼까?
이제 아이를 픽업하러 갈 시간.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있었을까?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진짜 재미있어서 하는 말일까, 아니면 내 걱정을 덜어주려는 건가? 고민한다.
학교 끝나고 캥거루를 보러도 가고, 야라 밸리의 초콜릿 공장도 가고, 비치도 간다. 무엇보다 아이가 신나게 웃으면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신나게 놀았으니 저녁도 이제 먹을 볼까? 울월쓰에서 10불짜리 호주산 아이필렛(안심) 스테이크를 구워 먹기로 했다. 가격은 참 착한데, 스테이크를 잘 굽는 건 아직도 서툴다.
분명히 숙제가 있는 것 같은데, 물어보면 늘 없다고 한다. 흠... 정말로?
숙제를 제대로 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숙제하라고 막 몰아치기도 싫어서 Reading egg 사이트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리딩 연습을 시킨다. 그런데 아이가 호주에서 수학 잘한다는 소리를 몇 번 듣더라. (응? 한국에서는 단원평가를 보면 꼴등인데?)
이제 긴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그런데 아이는 전혀 잘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국 꺼내든 무기는 스토리텔이다. 스토리텔로 문고판 오디오북을 들으면 슬슬 졸리겠지 싶어서 아이가 원하는 "똥볶이 할멈"을 틀어줬다.
"엄마, 떡볶이 먹고 싶어."
"떡볶이? 매워서 잘 먹지도 못하잖아."
"매운 떡볶이에 설탕을 듬뿍, 치즈도 살살 뿌려서 먹고 싶어."
"그래? 내일 한인마트 가서 떡볶이 사서 해줄게."
한국에서는 먹지도 못하는 떡볶이가 먹고 싶을 정도로 그리운 걸까? 갑자기 나도 한국 치킨이 먹고 싶다. 중국인 사장이 파는 호주 현지화된 치킨 말고, 진짜 한국 치킨.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난 반드시 치킨을 먹고 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