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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스쿨링 Week6 쉐어하고 있습니다만 (2)

by 수연 Mar 20. 2025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쉐어하우스에서의 생활은 확실히 불편하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해보면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어떤 호스트 가족을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그 불확실한 가능성에 리스크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우리에게는 지켜줘야 할 아이가 항상 옆에 있지 않는가.



나는 지금 블랙번이라는 곳에, 학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다. 2층짜리 아주 큰 집은 2025년 1월에 완공되어 깨끗하고 모든 가구가 새 것이다.


호스트는 한국인 남편과 동양계 호주인 아내, 그리고 귀여운 5살 아들과 2살 딸이 있다. 2층에는 말레이시아 출신 워킹홀리데이 여성 두 명이 함께 지내고 있으며,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영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자들이다.  


장점


1. 저렴한 렌트비와 생활비


쉐어하우스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렌트비 절감이다. 2주에 한번 씩 800불을 지불하고 있으며, 10주 동안 쉐어를 한다고 가정하면 약 400만 원 정도로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호스트가 저녁을 준비하면서 쿠쿠밥솥에 한 가득 밥을 하고 쉐어생들이 나눠 먹는다. 하지만 저녁 후에 가면 Nope! 끝이다. 덕분에 매번 쌀을 사지 않아도 되었고, 양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루는 호스트 아내가 직접 도우 반죽을 만들어서 각자좋아하는 토핑을 올려 피자를 만들어서 나눠 먹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호스트 남편이 한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다 같이 맥주를 마시고 삼겹살과 김치전을 먹었다.


Bredtop 빵집에서 일하는 말레이시아 친구가 소비기한이 지난 빵을 가져와 나에게도 나눠줬다. 데니쉬, 크로와상, 케이크!


나에게 먹는 거 나눠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2. 영어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쓰게 된다. 영어를 늘리기 위해 집에서도 영어로 쓰려고 하지만, 역시 한국어가 편하다.


호스트 아내는 간단한 한국어(치카치카, 맘마, 그래 먹지마)를 할 줄 알지만, 대체로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영어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실제로 첫째 아들에게 내 아이와 영어로 말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근데 영어가 좀 이상해..."였다. 아이가 영어가 조금 더 유창했더라면 호스트 자녀들과 놀면서 더 영어를 쓰는 환경이 조성될 것 같았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


3. 공동 육아


학교가 끝나면 외동인 내 아이와 계속 놀아줘야 하지만, 여기는 어린 아이들이 있어 함께 놀 수 있었다. 덕분에 잠시 시간을 내어 혼자 슈퍼도 다녀올 수 있었다.


단점


1. 육아 스트레스


호스트의 둘째 아이는 정말 귀여웠지만 정말 툭하면 울었다. 부모는 이미 익숙해진 듯 아이를 내버려 두는 편이었는데, 하이톤의 "으앵~~"하는 울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지는 건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첫째와 둘째가 계속 싸우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도 비번했다.


내 아이와 호스트의 첫째도 자주 투닥거렸다. 아무래도나는 호스트의 눈치를 보느라 아이에게 "네가 형이니깐 참아라"라는 말을 많이 했다.



2. 눈치 보는 생활


호스트가 직접 눈치를 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눈치를 보며 생활했다. 좋게 이야기하면 타인을 배려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할까...?


쉐어하우스 경험이 처음이라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 조바심이 났다.  


학교 교복을 긴팔 1개, 반팔 1개씩만 구매했기 때문에 세탁기를 많이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한 번은 호스트가 내게 "세탁기를 이틀에 한 번씩 돌리는 것 같다"고 코멘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조금씩 자주 세탁하는 거예요"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참나..이런 것도 눈치주나?)


수건이 네 장뿐이라서, 자주 세탁할 수가 없으면 냄새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굴복하지 말지어라!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고 소심한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쉐어하우스를 선택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원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8주를 쉐어하우스에서 지낼 계획이었지만, 남편이 멜버른에 오기로 하면서 남은 2주는 에어비앤비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제 별채, 쉐어하우스를 경험했으니, 완벽히 사생활이 보호되는 에어비앤비의 생활은 어떨지 사뭇 기대된다.  



스쿨링으로 호주에 와서 쉐어하우스에 있어도 되는 타입

무난한 남자아이 1명과 오는 엄마

파워 EEEE + 호스트와 영어로 스몰톡이 즐거운 엄마

잠귀가 어두워서 잘 자는 엄마

다른 사람과 소통을 원할하게 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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