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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슨주 Sep 03. 2023

09. 구원자는 없어. 성경따위 불태워 찢어버릴거야.

Antichrist superstar(marilyn manson)

*텐트는 자립을 못했고, 아내는 답답해했고 애들은 울었다.


폴대를 들고 있는 팔이 점점 후들거렸다. 이 폴대를 잡고 텐트를 일으켜야 했지만, 나는 번번이 실패했다. 힘이 빠진 팔과 온몸에 땀이 흘러내리는 나를 보며 아내는 얼굴을 찡그렸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이제 애들 밥 먹일 시간이라고."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야 캠핑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상이었다. 이 작은 텐트 하나를 세우는 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서 나는 점점 무력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 간호사는 오늘도 영혼이 갈린다.


병동에서 울려퍼지는 콜벨 소리와 함께 시작된 하루. 환자의 진통제 요구에 보호자의 서류 요청까지. 내 머릿속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진통제를 준비하는 동안 다른 간호사가 와서 말했다.

 "21호 환자, 라인이 부었어요." 모든 일이 겹쳐지면서 나는 제대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나는 한순간의 불안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환자는 내가 가져온 진통제를 투여받으면서 짜증을 토해냈다. 나는 "죄송합니다"만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속에서는 점점 더 커지는 무력감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너무 버겁다. 나 혼자서 이 모든 걸 감당할 순 없었다.

도와줄 사람이 주위에 보이지 않았다.


* 결국 나같은 새끼는 안될 놈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강하게 대해야 정신 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를 소심한 놈이라며 체벌을 동반한 학원에 보냈고, 고모는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 이들은 나를 존중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저 관리되는 것이 그들의 업적이 되는 것 같아 역겨웠다.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다.


* 릴린 맨슨은 조현병이 분명해.


어느 순간부터 내 귓가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 어긋난 기계음과도 같고, 튜닝이 맞지 않은 악기들의 소음이 내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처음에는 그저 성가신 잡음이었지만, 점차 내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마릴린 맨슨의 Antichrist Superstar를 듣곤 했다.


일반인들이 이 곡을 들으면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감각, 마치 조현병 환자가 듣는 환청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삐걱거리는 소리, 왜곡된 음향, 기괴한 비트. 그 모든 것이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고, 마치 귓속에서 울려퍼지는 환청처럼 그들의 평온함을 뒤흔들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곡이 달랐다. 나는 그 기괴한 음색에서 오히려 위안을 느꼈다. 환청에 시달리던 내가 그 노래를 들을 때면, 그 혼란스러운 소리들이 내 안에서 질서를 잡아가는 것 같았다.


마치 어미의 자궁 속에서 신생아가 외부의 소음을 양수 속에서 편안하게 듣듯이, 내 귀를 울리던 환청은 맨슨의 음악을 만나면 잠시나마 고요해졌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만큼은 내가 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Antichrist Superstar는 나에게 혼란 속의 질서이자, 외부 세계로부터의 도피처였다.


정신과 상담일지 01


닥터도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열성씨, 지금 이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약물치료가 조현병 치료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조현병 환자의 약 70%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현저히 개선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약물치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약물이 뇌의 화학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주기 때문에 증상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약물치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닥터의 설명을 들으니 치료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입원치료도 매우 효과적이에요. 조현병 환자 중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80% 이상이 입원 후 첫 3개월 안에 증상이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그리고 그 중 60%가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로 잘 복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열성씨에게 꼭 필요합니다."

나는 통계적 데이터를 들으며, 입원치료의 효과에 대해 설득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입원이 나의 증상을 제대로 관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닥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조현병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만 잘 받으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살 수 있습니다. 1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는 환자의 50% 이상이 재발 없이 안정된 삶을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꾸준한 약물 복용과 상담 치료가 필수적이죠. 이런 이유로 지금 입원치료를 통해 상황을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닥터의 설명은 단순한 치료 권유가 아니라, 나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이 치료 과정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성씨,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듯이, 이제는 정신과 치료를 통해 마음을 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입원과 약물치료는 그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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