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레터 받은 비행
'싱가포르에서 돌아오는 비행? 내가 특별히 신경 쓴 승객이 있나?'
무슨 일을 한 건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 이때 캐빈에 나간 적이 없는데?'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하나 기억하는 건 관상이라는 영화를 보고 비행에 오른 날이다. 관상과 관련한 포스팅이며 검색을 하던 뒤라, 브리핑에 모인 열 명이 넘어가는 크루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다.ㅋㅋㅋ 이야기를 들을 때 보이는 표정, 눈빛 등을 확인한 듯 싶다.ㅋㅋㅋ
"사람을 볼 때 무엇을 보니?" 이집션 아흐메드가 묻는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웃는 얼굴이 중요하니 오늘 비행에서도 가능한 밝게 웃으란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잘 웃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로 인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나는 사람을 볼 때는 얼굴 표정,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를 주로 보는 거 같다 때로는 얼굴에 담아내는 분위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까지 연결될 때가 있다.
그 날 어리숙한 나의 안테나로 들어온 사람은 두 명, 바로 부사무장과 동유럽권의 한 크루,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늘이라 적혀 있다.
'집에 우환이 있나보다?'
다른 크루는 의심의 눈초리나 경계의 태세를 절대 늦추지 않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비행 중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건, 사람을 구별하며 상대한다는 것? 듣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에는 적잖은 반응을 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에는 듣는 둥 마는 둥, 그녀의 태도는 얼굴 뿐 아니라 행동 전반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걸 느꼈다. 갈 때와 돌아올 때 크루 구성이 달라서 이 크루는 일단 돌아오는 비행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짧게나마 그녀에 대해 느끼고, 말레이시안 출신의 사무장 또한 나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걸 확인한다.
"얼굴에 나 못된 사람이라고 써 있는데?"
"진짜? 난 그렇게까지는 모르겠고 첫 인상이 강력하긴 한 거 같아."ㅋㅋㅋ
"그럼 이 친구는?" 얼굴에 우환이 적힌 크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저 친구는 말하는 화법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단어를 쓰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아."
"나도 그렇게 느껴. 말을 하기 전부터 그녀의 얼굴에서는 좋은 기분은 안 느껴지더라."
사람을 대해온 시간이 주는 내공 때문일까, 아시아 출신이라 말은 달라도 비슷하게 느끼는 걸까.
비행기 구성상 돌아올 때는 더 적은 수의 크루가 뭉쳐 일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고마운 상황, 내가 받은 포지션은 갤리를 도와주는 임무다. 즉, 갤리를 맡은 크루 옆에서 보조하는 격으로 캐빈에 나갈 일이 없다. 이륙해서 서비스 준비를 하는데, 얼굴에 우환이 적힌ㅋㅋㅋ 부사무장이 등장한다.
"내가 도와줄게."
같은 말이라도 표정이 밝은 친구가 하는 말이면 기꺼이 감사히 고맙다고 말이 나올텐데,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재미나다.
'이코노미 업무 다 마치고 온건가?'
'어두운 표정으로 무슨 서비스를 하겠다는 거지?'
그녀를 보며 타산지석이라고, 나의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오해로 변질되지 않도록ㅋㅋㅋ 인상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비행이다. 그녀의 판단대로 승객수가 적은 이코노미보다 만석에 가까운 비지니스에서 더 일손이 필요한 거라는 추측은 적중했다. 워낙 비지니스 클래스가 만석이라 갤리라는 공간에서 복닥복닥 일을 한 거 뿐인데, 며칠 지나 도착한 편지는 반전에 가까웠다.
비지니스 승객이 감사의 편지를 쓰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고를 생각하면 우리 크루들이 어떠한 서비스를 한 건지, 캐빈에서 보이지 않는 나에게까지 감사하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관상이야기만 남는 비행인데, 결국 비행의 관건은 사람의 인상보다는 팀워크인가. '꽃보다 팀워크'로 이뤄낸 칭찬,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