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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Oct 15. 2021

비행ㅣI know you, 윌슨

윌슨 from Kenya

우리항공사가 독일에 취항하는 곳은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이다. 교환학생 시절 독일에 대한 향수가 있어도 막상 독일 비행지를 신청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공간보다는 오히려 내가 접하지 못한 아시아권 나라가 더 흥미가 있는 거 같다. 뮌헨은 방짝인 밤미와 같이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청한 비행인데, 나는 한달의 앞 쪽에 밤미는 뒷 쪽에 받는다. 같이 하는 비행은 아니지만 비행 1년 만에 뮌헨이라는 곳을 간다.


 "내 이름은 케냐에서 온 윌슨이야."


브리핑에서 매번 이루어지는 자기소개, 평상시처럼 그의 소개를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친구인가?'


나는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다만 출신과 이름만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때는 6개월 훨씬 더 이전으로 돌아가본다. 트리반드룸 비행, 밤 비행이니 늦은 픽업시간을 생각하다가 시간을 잘못 알아 내가 타야 하는 크루버스를 놓친 날이다. 비행준비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려도 잡히지는 않는다.


"나 카타르 캐빈크루인데."

자신의 아이디 보여준다. 


"너 비행에 늦은 거 같아." 


"응, 늦잠 자느냐 픽업버스를 놓치는데, 택시가 너무 없어."


"얼른 차에 타."


그 친구 근처 루루마켓 가고 있는건데, 나 때문에 테크니컬 빌딩까지 데려다준다. 


"브리핑에 들어가면 차가 막혀서 늦은 거라고 변명을 해. 절대 늦잠자서 늦은 거라고 말하지는 마."


길을 돌아가는 마당에 브리핑 들어가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알같은 조언까지 준다. 고맙지만 나는 뒤에 앉아 메이크 업을 하는데 정신이 없어 내릴 때는 경황이 없어서 크루핸드백에 있는 초코렛으로 감사를 표한 적이 있다.  


 "너 이름은 뭐니?"


 "나 윌슨이야."


 "그래. 고마워. 어디 나라 출신인데?"


 "케냐."


그 때 물어본 이름이 윌슨이고 케냐 출신이라 한게 지금 이 순간 오버랩 되는거다. ㅋㅋㅋ 와 내 기억력에 소름이 끼친다.ㅋㅋㅋ 난 반가운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그는 알리가 없는 표정이다.


 "윌슨!"


 "응!"


 "수개월 전인데, 한 여자애가 브리핑에 늦어서 너가 태워준 적 있는데 기억나?" 


 나는 아닌 척 기억을 하는지 일단 물어 보는데 그가 기억한다! ㅋㅋㅋ


 "기억나. 내리면서 고맙다며 초코렛을 준 거 같아. 근데 지금 그녀 어딨는데?"


비행 아직도 잘 하고 있냐고 묻는 듯 하다. 


"그녀가 나야!" ㅋㅋㅋ


대명사를 직역하니 3인칭 여성은 어색한 그녀가 되었지만ㅋㅋㅋ 적잖이 놀라는 윌슨의 표정이 생생하다! 내가 그날 이후로 윌슨이라는 크루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서도, 혹시라도 비행에서 만나면 진짜 잘해줘야지 싶더만 비행 1년 만에 이렇게 만난다. 그것도 평상시 신청도 하지 않는, 뮌헨 비행에서 말이다. 


그와 일하는 클래스가 달라서 비행하면서도 마음처럼 잘해주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데 아낌없고, 마음도 훈훈하고 아는 것도 많고 얘기 소재가 늘 입가에 있으니 지루한 것도 모르겠다. 윌슨한테 케냐말로 인사말도 배운다. 웃코 살라마라고 인사하면, 닛코 살라마라고 답해야 한단다.


"일본어랑 비슷하게 들린다." 


"케냐도 일본한테 식민지로 있어서 언어적 영향이 있어."


"그래?"


"비행하면서 느끼는 건, 어느 특정 음식문화나 언어라는 건 없는 거 같은 게 어떤 음식은 그 나라만의 정통 음식이라 하기에 입맛이 익숙한 경우도 있고, 언어도 태생적으로 독자적인 언어는 없는 거 같아." 


"그 말에는 공감해. 그 나라의 특유 소스만이 조금씩 다를 뿐 요리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 태국의 똠양꿍도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없는 거 같아도, 알고보면 한국의 탕이랑 비슷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브라질에는 유독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 있어."


캐나다 내 퀘백에서는 프랑스어를 쓰고 프랑스 문화가 있는 것처럼, 동떨어져 보이는 남미땅에 일본인이 유독 많은 도시가 있다고 하니 생소한 얘기지만, 자신이 오사카 비행을 했을 때 한 브라질 사람한테 들은 거라며 이야기한다. 미국비자 인터뷰를 지난 달에 마쳤다고 하니 다음달부터는 미국비행도 할 거라면서 미국비행에 대한 간단한 비행 및 쇼핑 팁까지 알려준다. 


비행하면서 느끼지만, 같은 나라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프리카하면 우리가 갖는 선입견을 뒤로하고 이 윌슨이라는 친구는 알면 알수록 배울 바가 많다.


"내가 너 도와준 날, 서로 얼굴을 못 본 거 같아." 


"맞아. 너는 운전석에 타고 있고, 나는 뒤에 탔어. 그리고 어둑해서 제대로 볼 수도 없던 때야."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기억해? 진짜 신기해"


"나도 신기해."


윌슨에게는 말하지 않은 신기한 그 날의 기억, 나는 알고 있다.


'윌슨, 그래서 기록의 힘은 무서운거야.'


 땡큐, 윌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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