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스민 Oct 15. 2021

비행ㅣ반면교사ㅣ역지사지

직위가 사람을 만든다ㅣ입장을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서

쿠웨이트 1시간 비행, 이륙하고 착륙하면서 크루싯에 앉아있는 시간 20여분을 제외하면 실제 비행시간은 40분이다. 비행 1년 2개월이 되어가지만, 브리핑 룸에서 소개할 때에는 1년이라고 말한다. 시간을 그렇게라도 잡아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비행에서 내가 받은 포지션은 L4(이코노미 총괄)이고, 9개월차 필리피노는 갤리, 그리고 한달 된 스리랑칸, 첫번째 견습비행인 중국크루 구성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첫번째 견습비행이라는 중국크루는 브리핑 룸에서도 실수연발하더니 실제 비행에서도 그루밍이 단정하지가 않다. 서비스 나가기 전에 명찰도 겉에 바꿔껴야 하고, 버튼도 다 잠궈야 하는 것을 마음이 뭐 그리 급했는지 버튼 하나만 잠그고 명찰도 없으니 그 때부터 눈에 안 좋게 들어온다. 무슨 행동을 하든 유독 그 크루가 좋게 보일리 없는 게 나도 어쩔 수 없나보다. ㅋㅋㅋ 나 비행 초반에 이래저래 피드백 받는 입장일 때는 몰랐는데, 유독 그 크루에게 잔소리 남발이다.


전에는 열 개를 잘해도 못하는 하나에 피드백을 받을 때면 억울했었는데 이 비행에서 그 신입크루를 보며 생각을 달리한다. 열심히 일하는 건 당연한거다?ㅋㅋㅋ 부족한 부분만을 콕 집어 말하는 시니어 크루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건가. 나도 같은 이코노미 크루라서 내 입장이 달라진게 없는데 포지션이 사람의 마음을 달리한다.


1시간 비행구간에서는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가 제공되는데, 한창 서비스하는 와중에  승객이 컴플레인한다. 지금 서비스 방식이 잘못   다며 승객한테 어떤 샌드위치 종류가 있는지 묻고 제공해야 하는 것을 어째  종류만 서비스하냐며 불만족이다. 공감한다. 일면만을 보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모르는  아니다.


상황상 샌드위치 종류는 비프와 베지테리언이지만, 베지테리언은 승객수에  맞춰 제공되거나 크루가 원하는 만큼 실리는 것도 아니다. 케이터링(catering)에서 주어지는 대로 서비스하는 우리로서는 죄송스럽게도  선택을 제안한다는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 안에 백명이 넘는 승객 한분 한분께 선택을 바란다는  버거울  있다.


 부분을 설명 드렸음에도  승객분은 베지테리언 샌드위치 4개를 요구하신다. 혹시 몰라서 하나정도 남겨 둔게 있는데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비행에  8개의 베지테리언 샌드위치가 실린거니 우리도 어찌하리. 하나만 원하시는 걸로 가져다 드리고, 나머지 세개는 양해를 구하고 다른 샌드위치로 드린다.


짧은 시간동안 서비스하고 클리어런스(clerance; 수거)하기 빠듯하지만 내리시기 전에  승객분 기분이 어쩌신지 확인이라도 했어야 었다. 그리고  이전에 우리 입장에 대해서도 잠깐이나마 언급했었다면 불편한 감정이 줄어들수도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살다보면 변명같아 말하는  구차해 보여 말을 아낄 때가 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느낀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   있는  그게 어떻게 보이든 표현해야 한다는 거였다.


'우리 입장도 있고, 알아서 이해하시겠지.'


지레짐작 하는 것보다 나중에라도 분명 어떠한 계기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때가  수도 있을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이전 20화 비행ㅣ미스터 정의남 스테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