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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Oct 20. 2021

비행ㅣ려권소지자 북한사람, 추방되다

중국입국 거부되다. 

 "이 손님 다시 도하로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려."


 보딩 중 통역할 일이 생긴다. 려권을 소지한 북한 손님, 한국어 통역이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투입된 현장,

 "다시 도하로 가셔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 상황을 알아야겠다.

 "여권이 만료가 되어서 중국에서 입국이 거부된거야. 그래서 지금은 도하로 다시 가셔야해." 사무장이 대답해준다.


 "제 려권이 만료된거라고요?"


 "네, 혹시 출발 전에 여권 확인 안 하셨나요?"


 "그런거 모르오. 티켓 주길래 받아서 온거라지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북한사람, 한국크루들 통해서 북한손님을 본 적 있다고 말만 들어오다가 대면하기는 처음이다. 다만 일반 승객이 아니라 추방자로 분류되어 탑승한다.  


 말레이시아 항공편에 도난된 여권으로 탑승한 사람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데이터 베이스(data base) 검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여권의 구체적인 정보확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지만, 티켓팅 하는 과정이나 출국시 어떠한 제재를 받지 않고 베이징까지 오게 된 사연이 당황스럽다.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세요?"


 "도하요. 도하에서 4년 일하다가 회사에서 끊어준 티켓으로 베이징에 온 거에요." 


 "최종 목적지는 어디로 가세요?"


 "평양이죠."


 텔레비전에서만 듣던 북한말 액센트, 그대로 살아들리는데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내 가방은 어떻게 되는거에요?"


 "가방이 몇 개 이신데요?"


 "손에 드는 거 하나고, 세 개 더 있지요."


 "수화물로 부친 세 개의 짐은 시간이 여유치 않아 오늘 실리지 않고, 내일 떠나는 비행편에 도착한다고 해요."


 급하게 진행된 거 같은게 지상직원은 북한사람을 탑승시키려 일단 데려오고, 그는 영문도 모르고 몸만 따라온 것이다.  


 "동료가 이 손님의 짐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짐만 돌아오면 탑승이 마무리 되는데, 지상직원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동료는 이미 떠난 거라며 일축한다. 북한 아저씨에게 동료와 어느 좌석에 있던건지 확인하고, 동료에게 건넨 짐이 손님의 짐이라고 지상직원에게 재차 말을 전달하니, 무전기로 확인 후 2분 뒤에 그가 짐을 돌려 받는다.


 추방된 경우, 가장 먼저 탑승하고 가장 나중에 비행기에서 내린다. 손님의 여권이나 문서는 사무장이 가지고 있다가 착륙 후 지상직원에게 양도하게 된다. 비행 중 술은 제공할 수 없는 규정이 있기에 보통 추방된 사람이 타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있다. 여권을 의도적으로 위조한 경우로 추방되기도 하지만, 여권이 만료된지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에 8시간 날아와 다시 9시간을 제자리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연민이 느껴진다. 


 "아마 나 도착하는 줄 알고, 공항에서 색시랑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 건데요." 


 4년 만에 가는 집을 돌아가게 생긴 마당에 그의 표정은 오히려 덤덤하다. 하루라도 빨리 가지 못해서 꼬여버린 지금의 상황이 마음 다스리기에 쉽지는 않을텐데, 그런 기색을 읽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일행이 있어서 도착하면 얘기해 주시겠어요. 혼자서 가신 거면, 가족이 영문도 모르고 기다릴 수도 있잖아요."


 그의 정체를 모르면서 같은 한국말이라는 이유로 대화를 건네고 있는건가.


 "근데, 그 사람 베이징에서 경유하는거야?" 사무장 나에게 묻는다.


 "응.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간다고 하네."  


 "그럼, 평양까지 가는 티켓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경유를 하는 거라면 굳이 출국심사를 거칠 이유도 없고, 티켓만 있다면 비행기에 오를 수는 있을 거 같아. 생각해봐. 여권이 만료된 건데 일단 고국에 도착은 한거야. 그럼 나라에서 그 사람을 안 받아줄까?"


 "분명 받아줄거야. 다만 문제는 중국에서 출발할 때 추방될 거 같어. 지금 이 사람은 만료된 여권인데, 손님으로 베이징에 온 게 문제가 되는 거 같아."


 "중국 비자는 여권 어디에도 없어."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니, 그의 신원이 불투명해진다.

 "베이징에서 평양가는 확정표가 있는지, 중국 비자는 필요하지 않은지 여쭤볼게."


 두 번째 서비스를 마치고 여쭤보니,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티켓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 입국시 비자가 필요한 거에 대한 건 금시초문인 반응, 회사에서 준비해 준 그대로 오고 가는 것 외에는 어느 서류가 필요한지 몰라하는 거 같다. 중국비자 확인해 보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릴 걸,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이미 그의 동료가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넘어갈 테니, 헛걸음 하는 일 없이 무사히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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