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 라일락 나무를 샀다. 종로 꽃시장에서 미스김 라일락 그 무거운 화분을 들고 재봉틀 마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날은 덥고, 꽃은 무겁고, 그 와중에 존재감이 확실한 라일락향. 계단은 끝이 없고,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정비 공사 중인 길에서 미끄러질 뻔하고,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생각하는 순간,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얼른 작업실 옥상에 가져다 두고, 씨앗도 심어야지. 수박씨가 자라날까? 올해는 모종이 아닌 씨앗을 뿌려보고 싶어서 파종 트레이도 샀는데. 씨앗 1천 개를 뿌렸으니까 몇 개는 발아 성공하겠지? (단돈 1,000원이면 상추 씨앗 3,000 립을 살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르막길을 다 올라왔다. 단골 카페 앞이다. 30초만 쉬었다 가야지, 멈춰 섰는데 카페 사장님이 나오셨다. 자신을 부르지 그랬냐며, 화분을 번쩍 들어서 작업실 앞까지 옮겨주셨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이후 더 고마운 일이 발생한다.) 사다리 계단을 타고 화분을 옥상으로 옮겼다. 겁도 없고, 고소공포증도 없어서 다행이다.
파란색 파도를 닮은 화분에 콩을 심었다.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콩과 수박과 상추, 고수와 당근 씨앗에서 싹이 자라나면 나도 자라날까, 지금보다 잘 하고 있을까.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