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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Feb 23. 2022

목표 없는 INFP 직장인의 무기력증

퇴사준비록 026

 마지막으로 올린 글 [퇴사준비록 025] 편은 회사를 조금 더 다녀보겠다는 다짐이었다. 버티고 있기는 한데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 이왕이면 다음 달 카드값과 할부는 0으로 만들고 퇴사하면 좋겠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30대가 되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2022년 연봉 인상률을 확인하니까 더 혼란스럽다. 나름 호화롭게 누리고 있는 복지, 연봉, 회사 다 좋다. 일도 썩 나쁘지 않다. 그럭저럭, 무난하다. 즐겁고 행복하고 짜릿하지는 않다. 지나치게 잔잔하다. 이게 진짜 내가 바라던 걸까. 


 초점 잃은 눈, 바쁜 엄지 손가락이 읽어 내려가는 웹툰에서 '무기력증'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다가 혹은 목표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목표를 상실했을 때 오는 허무감에서 무기력증이 시작된다고 하더라. 나는 목표가 있었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목표를 가진 적이 있나. 아, 구내식당 있는 회사는 한 번쯤 다녀보고 싶었지. 나보다 내 커리어를 더 걱정해주던 첫 사수와 일하던 시절에는 팀장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나 퇴사하면 내 자리에 너 앉혀두고 갈 거야' 세뇌당한 탓도 있지만, 남의 목표를 내 목표인 척 착각하며 무작정 달리던 사회 초년생은 무기력하지는 않았지. 


 흘러가는 대로 직장을 선택했다. 전에 하던 일은, 그 세상이 살짝 구린내가 나서,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선택했다. 편하더라. 직무 대신 직장을 선택한 덕분이다. 몸이 편해졌고 마음은 불편해졌다. 그런 마음을 꽤 오래 외면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툭툭 건드리니까 힘들다. 꾹 참았던 심술의 방향은 몸을 괴롭힌다.


 꿈 비슷한 게 있었다. 작년까지는. 근데 조금 천천히 시작해도 괜찮다는 스승님의 조언에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살짝 사그라졌다. 오랜 간절함이 있었던 자리에 무기력이 찾아왔다. 이게 맞는 걸까?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두지 못하니까 가슴이 갑갑하다. 숨이 턱턱 막힌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내가 더 성숙해지면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다독여본다. 그럼 끝만 좋겠지. 근데 과정도 중요한 거 아닐까?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했는지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 


 내가 바라는 삶의 형태를 그릴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언제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부디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더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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